“정부가 '행정전산망 장애 예방을 위한 범정부 대책 태스크포스(이하 범정부 TF)'를 꾸렸는데, 정작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위원회에 참여 중인 전문가 중에선 차출됐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근본책이 제대로 마련될 지 우려스럽습니다.”
한 디플정위원회 위원이 사석에서 한 말이다. 디플정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중요성이 큰 만큼 위원회에 참여 중인 위원 면면을 보면 정보기술(IT) 분야 등 실무 능력을 겸비한 최고 전문가로 구성됐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잇단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발족한 범정부 TF에는 대관 업무 담당자 등 비전문가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전문가 자리를 비전문가가 대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부 대관 담당자가 범정부 TF에 참여 중인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다만 이들이 IT 전문가 의견을 전달해주기 때문에 전문성이 결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계와 산업계 등은 행정전산망 마비 원인이 복잡 다양한 만큼 정부가 다양한 IT 분야 전문가로 범정부 TF를 구성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같은 의사라도 일반의와 전문의, 전문 영역별로 진단과 처방이 달라지는 것과 유사하다는 취지다.
물론 제대로 된 근본책이 나온다면 이같은 우려는 기우에 그칠 수 있다. 모두가 그러길 바라고 있다.
당정은 행정전산망 장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특히 범정부 TF 회의는 국무조정실이 주관하고,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핵심 부처까지 참여하고 있어 근본책을 마련할 기반은 마련됐다.
최근 진행된 범정부 TF 실무회의에서는 범정부 정보시스템의 △예방점검 강화 △운영 및 유지보수 체계 강화 등 단기 대응책과 기존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정책이 재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표적 중장기 대책인 '거버넌스 개편'은 배제됐다.
거버넌스 개편은 행안부와 과기정통부, 기재부 등을 아우르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통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연속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유지관리 역량, 장비 관리 효율성, 전문성 등을 제고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행정전산망 개선 종합 대책에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분야별로 제기된 전문가 의견을 수렴, 검토해야한다. '디지털강국' 수식어에 오점이 생긴 상황에서 대책을 편의대로 선택 취사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는 안된다. 디지털강국 뼈대를 다시 세운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