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96〉위대한 커먼(Common)

호모지나이티(homogeneity). 동질성 혹은 균질성이란 의미다.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 호모스(homos)와 게노스(genos)다. 호모스는 '같은' 혹은 '동등한', 게노스는 '종류'나 '유형'을 뜻한다. 그러니 이 두 단어가 결합된 호모게네스(homogenes)가 '같은 종류'란 의미를 갖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다 라틴어 호모게누스(homogenus)가 될 즈음 이것은 동질성이란 의미를 갖게 된 모양이다.

혁신이란 걸 통계학에 가져다 붙일 것은 아니겠다. 표현이라면 문학, 정의한다면 철학이 마땅할 듯 하다. 하지만 굳이 통계학을 말하래도 한 가지 있다. 포와송 분포란 이것은 어느 순간 출현해 폭발했다가 긴 꼬리를 갖고 이어지는 혁신의 모양새를 쏙 빼닮았다. 혁신에 이런 건 의외로 흔하다.

문자 그대로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랄 순 없겠지만 1957년 토요타의 토요페트 크라운(Toyopet Crown)은 미국 소비자에게 뜻밖이었다. 이 첫 선보임으로 토요타는 실용성과 내구성이란 품질 신뢰를 각인시킨다. 어쩌면 일본차의 성공원리를 한 번에 열어 보인 셈이기도 했다.

물론 토요타에게 의외의 성공은 아니었다. 요즘 토요타 크라운이라 불리는 이것의 첫 브랜드는 토요페트(Toyopet)였다. 당시 수출용 승용차에 쓰였던 이것은 두 단어의 조합이었다. 창업자 키이치로 도요다(Kiichiro Toyoda)에서 성을 그리고 동반자를 뜻하는 펫(Pet)이었다. 그러니 토요페트란 “토요타의 신뢰받는 자동차”라는 의미였던 셈이었다. 이렇게 토요타의 혁신은 포와송(Poisson)이라 불리는 모양새와 꼭 닮은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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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어느 날 소니의 TR-610이란 제품이 시어즈, 메이시, 짐벨 같은 백화점 가전코너 선반에 놓인다. 상용화된 최초의 휴대용 트랜지스터 라디오 중 하나였다. 콤팩트한 크기, 안정된 성능, 세련된 디자인이 단지 39달러 95센트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이건 어쩌면 단지 가전제품이 아니었다. 휴대성이란 갈망에 대한 상징적 제안이었다. 가전에 휴대용이란 개념을 비로소 갖게 했고 자유로움이 소비의 문화적 상징이 되게 했다. 디자인은 또 어땠나. 둥근 모서리에 금속재질로 악센트를 둔 디자인은 새로운 미적 표준을 제안하는 듯했다. 마치 미국 소비자들에게 일본 가전이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첫 물결은 샤프의 첫 전자계산기와 마이크로오븐, 빅터 컴퍼니 오브 저팬(JVC)이란 기업이 내놓은 VHS 방식 비디오 레코더, 내셔널(National)이란 브랜드를 단 저렴하지만 신뢰할 수 있던 가전들의 높은 물결을 이끈 셈이기도 했다.

시오도어 레빗(Theodore Levitt), 마케팅이 본령이라지만 그가 혁신을 몰랐을 리 있겠나. 그의 기고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럴듯한 마케팅 부서나 시장조사도 없이 일본기업이 이질적인 문화과 관념을 넘어 서구 소비자의 코드를 깨뜨렸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잭 웰치는 이것이 시장을 기계적으로 분석하는 대신 더 깊은 통찰력으로 의미를 찾아낸 것이라 한다. 어쩌면 그들은 모든 시장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압도적인 욕구를 찾아냈던 것이겠다.

많은 이들이 혁신이 어때야 하냐고 묻는다. 그 수많은 골목길을 다 소개해야 할 일일지 모르지만 단어 하나만 겨우 쓸 만한 백묵조각이 손에 있다면 칠판에 써야 할 한 단어는 바로 커먼(common), 즉 통주(通奏)다. 서로 다른 생각을 떠올렸던 누군가가 그것이 보여지는 순간 압도되고 공감하게 되는 무엇 말이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혁신은 이랬다. 앞으로도 이 진리엔 변함이 없다. 혹 당신은 진리와 원리를 새로 쓴다고 생각하고 있나. 아니 그럴 리 없다. 우리는 이걸 찾아내 드러낸다. 이 역할임을 자각할 때 비로소 그게 눈에 들어올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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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