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2024년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장르·플랫폼 신작 라인업 전개를 본격화 한다. 올해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 등으로 세계 무대에 깊은 인상을 남긴데 이어 K게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도전적 신작 출시에 속도를 낸다.
국내 게임사에게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침체 조짐을 보이는 내수 시장만으로는 더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게이머 눈높이를 충족할만한 완성도 높은 지식재산(IP)과 차별화된 게임성,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올 연말을 기점으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에 돌입할 주요 신작은 K게임 글로벌화 수준을 진단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해외 투자 결실·과감한 승부수 눈길
넥슨은 해외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투자가 최근 결실을 맺었다. 넥슨이 지분 100%를 보유한 스웨덴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더 파이널스'가 그 주인공이다. 더 파이널스는 정식 서비스 시작과 함께 26만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며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팀 기반 1인칭 슈팅(FPS) 게임 장르에 주위 환경이나 건물, 엄폐물이 대부분 파괴되는 전략적 요소를 접목해 호평받았다.
올해 데이브 더 다이버로 글로벌 시장에서 K게임 위상을 높인 넥슨은 내년에도 과거와는 다른 행보로 '초격차' 성장을 예고했다.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선보이는 싱글 패키지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비롯해 차새대 루스슈터 '퍼스트 디센던트', 민트로켓팀의 차기작 '낙원'까지 탄탄한 라인업을 갖췄다
윤명진 '카잔' 총괄 디렉터는 “콘솔 게이머층 기대치를 충족하는 완성도를 위해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논란의 화제작 '다크앤다커' 모바일 버전을 전면에 내세우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원작이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지만, 다크앤다커 IP 자체가 지닌 글로벌 인지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크래프톤이 자체적으로 개발 중이던 신작 프로젝트AB에 다크앤다커 IP를 접목했다. 앞서 진행된 지스타 시연에서는 장르가 주는 특유의 재미와 함께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로 호응을 얻었다.
시뮬레이션 장르 PC 게임 '인조이(inZOI)'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크래프톤 신작이다. 언리얼엔진5로 제작돼 현실감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다. 시연 빌드가 제한적으로 공개된 후 게임 방송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큰 화제가 됐다. '심즈'류 게임을 선호하는 전세계 이용자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복적으로 일정이 미뤄진 펄어비스 '붉은사막'의 내년 출시 여부도 관심거리다. 앞서 독일 게임스컴, 부산 지스타 등에서 이뤄진 비공개 시연에 따르면 붉은사막이 지닌 게임성과 기술적 완성도는 독보적이다. 자체 개발한 블랙 스페이스 엔진으로 자유로운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밀도높은 오픈월드 세상을 구현해냈다.
넷마블은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으로 실적 반등을 꾀한다. 애니메이션 원작을 3D 게임 그래픽으로 그려내는 넷마블F&C 기술력이 집약된 타이틀이다.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한 위메이드 MMORPG '레전드 오브 이미르', 국내외 유명 프로젝트에 참여한 각 분야 최정상급 개발진이 투입된 컴투스 '더 스타라이트' 등도 크로스 플랫폼으로 출시를 예고했다.
◇콘솔 플랫폼 연계·외연 확장 박차
시프트업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플레이스테이션(PS) 플랫폼을 지닌 일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공식 파트너사(세컨드 파티)로 합류했다. 시프트업이 개발 중인 트리플A급 액션 게임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는 플레이스테이션5에 독점 출시, SIE가 글로벌 전역에 직접 유통할 예정이다. 세계적 게임 IP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SIE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만큼 글로벌 흥행이 기대된다.
엔씨소프트도 SIE와 글로벌 사업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모바일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 사업 분야에서 협업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핵심 IP와 SIE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결합해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쓰론 앤 리버티(TL)'는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북미·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 이용자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빠른 개선으로 완성도를 높여 글로벌 론칭에 나설 방침이다. 이외에도 오픈월드 슈팅 게임 'LLL',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 크러쉬', 블래이드앤소울 IP 기반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 등 다각화된 장르 신작으로 체질 개선 성과를 보일 전망이다.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글로벌 서비스 지역 확대와 더불어 모바일 플랫폼 진출로 외연을 확장한다. 카카오게임즈 또한 '아키에이지 워'와 '에버소울' 등 해외 서비스로 비욘드 코리아 기조를 이어간다.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데브시스터즈 또한 쿠키런 IP를 활용한 VR 게임과 협동 액션 모바일 게임 '쿠키런: 모험의 탑'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벌써 주목 '2024 게임대상', 기준 정비해야
다채로운 장르 K게임 기대작이 내년 출시를 예고함에 따라 2024년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대한 기대 여론도 일찌감치 형성됐다. 올해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치열한 양자 경합을 펼쳤다면 내년에는 더 다채로운 장르와 플랫폼에서 풍성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아울러 넥슨 100% 자회사이나 해외에 스튜디오가 소재했고 디렉터를 비롯해 핵심 개발진이 모두 외국인인 엠바크 스튜디오 '더 파이널스'의 내년 게임대상 후보 등록 가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올해 12년만에 심사기준을 재정비했으나 국내 게임사의 해외 스튜디오 투자 혹은 해외 업체의 국내 개발사 지분률 등에 대한 기준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조직위 관계자는 “사회적 여론 수렴과 함께 조직위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