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커머스 新 생존전략…'경험소비'로 기존의 틀을 깨라

쿠팡부터 무신사까지 경험소비 쟁탈전
온오프라인 전반 경험소비 주도하는 프리즘(PR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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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PRIZM)은 고화질 및 고음질 라이브 송출의 강점과 이색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2030 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프리즘

최근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가치 있는 경험까지 추구하는 '펀슈머(funsumer)'가 늘면서 뻔한 소비가 아닌 펀(Fun)한 경험소비가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특히 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가잼비'가 트렌드로 떠올랐고, 소비 경험을 SNS에 공유하며 유행을 선도하는 '잘파세대(Z세대와 Alpha세대의 합성어)'가 주요 소비층으로 유입되면서 업계의 마케팅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제품 출시는 물론 마케팅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기존 백화점이라는 틀을 깬 더현대 서울이 대표적인 사례다. 팝업 성지라고 불리는 더현대 서울은 명품 브랜드보다는 고객 경험에 집중하며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내 공간 절반 이상을 실내 조경과 고객 휴식 공간으로 꾸미는 등 단순 물품 구매 공간을 넘어 소비자들의 경험공간 확장에 중점을 두었다.

더현대 서울은 웹툰부터 인기 애니메이션, 연예인 등 다양한 분야의 팝업 스토어를 열며 잘파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다나카 팝업 행사 '다나카 프렌즈'를, 지난 9월에는 디즈니 굿즈 매장 '디즈니스토어'를, 이달에는 판다 굿즈 '푸바오 팝업 스토어'를 구현해 2030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으며, 지난 2021년 2월 오픈 후 320여 회 이상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런 차별점에 매력을 느낀 MZ세대가 몰리며 개점 2년 반 만에 방문객 1억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에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고객 수에서 2030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65% 이상이며, 매출 비중도 55%에 달한다.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고객의 경험소비 전략수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 플랫폼에만 집중한 쿠팡은 최근 오프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쿠팡은 이커머스의 약점으로 꼽히던 경험소비 분야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8월 처음으로 '버추얼스토어'를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며, 모든 예약이 완료되며 약 3000명 이상의 고객이 몰렸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 역시 판매 전 소비자 경험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무신사는 자체브랜드(PB)인 오프라인 캐주얼 무신사스탠다드를 열고 기존 패션사들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무신사스탠다드 홍대와 강남점은 오픈 후 1년 만에 각각 100만여명의 누적 방문객을 기록했고, 역대 가장 큰 규모인 무신사스탠다드 동성로점은 지난 9월 오픈한 후 1개월 만에 17만명 이상이 몰리기도 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다양한 협업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패션 플랫폼도 늘고 있다. W컨셉은 지난 9월 '프리즈 서울 2023'에서 국내외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더 컬렉션(The collection)'으로 불리는 전시 공간을 마련해 초대형 베어 벌룬과 블랙 드로잉을 선보였으며, 특히 AI를 활용한 아트웍 체험 기회도 제공하면서 고객들의 경험소비에 역점을 뒀다.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쳐 통합적인 이색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있다. 쿠팡 창립 멤버이자 티몬 전 의장인 유한익 대표가 이끄는 RXC의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 '프리즘(PRIZM)'은 고화질 및 고음질 라이브 송출 등의 강점과 잇따른 이색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 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판매 목적의 커머스에서 벗어나 보고, 듣고, 즐기는 경험을 큐레이션하며 일종의 '경험소비 편집숍'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한번 앱을 방문한 소비자라면 온·오프라인에 걸쳐 이색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으로 디깅러 등 특별한 경험에 열광하는 소비자층에게 주목 받고 있다. 여름 시즌 대표 뮤직 페스티벌 워터밤의 파이널 티켓이나 힙합 레이블 AOMG의 AOMIX FEST 행사 등의 온라인 단독 판매와 더불어 오프라인 현장에서 프리즘 전용 라운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인기 브랜드와 연계한 온·오프라인 통합 팝업 컬래버레이션이나 래플(추첨), 경품 이벤트 등의 프로모션으로 소비자에게 재미와 혜택을 선사한다.

이같은 프리즘의 행보는 차별적인 경험에 집중하는 브랜드에게도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조선팰리스와의 협업에서는 투숙객을 롤스로이스 차량으로 호텔까지 픽업하는 서비스를 진행한 데에 이어, 캠핑과 영화 감상이라는 취향을 연결한 '힐레베르그'와 'LG시네빔'을 묶은 콜라보레이션 기획전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밖에도 공연·전시 분야에서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아도이(ADOY), 이승윤, 선우정아, 옥승철 작가와의 콜라보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극권 오로라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등 '프리즘 온리'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프리즘은 최근 3개월 간 진행한 30여개의 프로모션에서 모두 억대 매출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 특히, '포도호텔', 'JW 메리어트 제주' 등 협업에 보수적인 다양한 하이엔드 브랜드들과의 프로모션을 성공시키며 수억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프리즘 앱의 라이브 평균 시청 시간은 10분 이상이며, 누적 회원 수는 정식 론칭 1년 반만에 4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