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재무 위기에 한수원 등 6개 자회사에 최대 4조원 중간배당 요구

Photo Image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달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자구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재무 위기 악화로 6개 발전 자회사에 중간배당을 요구하자,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동서발전이 11일 이사회를 열어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내년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 것이지만 한전의 재무부담이 결국 자회사들에게 넘어가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한수원,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에 연말까지 최대 4조원에 달하는 중간 배당을 요구했다.

한전은 매년 각 발전 자회사로부터 연간 단위로 경영 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받고 있지만,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수원과 한국동서발전은 11일 이사회를 열어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으며, 나머지 4개 자회사들도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전이 최대 4조원대의 중간배당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연간 영업이익을 넘는 수준의 중간배당은 배임 소지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일부 사외이사들이 반발하면서 관련 논의에 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조원대 중간배당을 요구받는 한수원은 올해 1∼3분기 1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은 원칙적으로 '자본금+적립금'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연간 단위 결산을 바탕으로 다음 해 적용될 한전채 발행 한도가 정해진다. 현재 전망대로 올해 연간 6조원대 영업손실이 나면 '자본금+적립금'이 14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어 한전채 발행 한도는 74조5000에 될 전망이다. 현재 한전채 발행 잔액은 79조6000억원이다. 내년 3월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가 초과해 한전은 한전채를 새로 찍어내지 못하는 것을 물론, 초과한 5조원가량의 한전채도 즉각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전처럼은 아니지만 자회사들도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 중간배당 요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