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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보기술(IT) 업계가 지목한 행정 전산망 마비의 기술적 원인은 하드웨어(HW)와 재해복구(DR)시스템 등 전체 인프라 문제로 귀결된다.
전수 점검을 통해 낡거나 장애 소지가 있는 장비는 즉시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용연수 등 장비 교체 시기와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행안부는 행정 전산망 마비 원인이 라우터 포트 문제라고 발표했다. 라우터는 지난해 1월 1일 국가정보통신망 내용연수 기준 개정에 따라 사용 기한이 기존 8년에서 9년으로 늘었다.
이 장비 도입일이 2015년 11월 30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본래는 올해 교체 대상인 셈이다. 특히 이 장비는 지난 2019년 5월 단종돼 유지관리를 제외한 업데이트 등은 어려운 제품이었다.
행정 전산망 마비 영향을 받은 공무원 전용 행정 전산망 '새올 시스템'도 노후화 문제가 지적됐다. 새올 시스템은 지난 2007년 도입된 이후 15년 이상 전국 시·군·구에서 운영됐다.
정부는 새올 시스템을 차세대 시스템으로 구축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추진했지만, 보완 필요성에 따라 발표 시점을 내년 이후로 연기한 상황이다. 정부가 하드웨어 교체와 차세대 시스템 도입 등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통상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내용연수 기한이 지나야 한다.
정부가 각 물품 내용연수를 정해놓은 조달청 고시 등을 보면, 대부분이 9~10년 이상으로 긴 축에 속한다. 내용연수를 길게 해야 감가상각 차감액이 줄고, 회계(예산)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비스 중요도나 장비 종류에 관계 없이 이 같은 기준이 일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번 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된 라우터 포트도 이미 단종됐는데도 내용연수를 1년이나 늘려 9년을 채우다보니 장애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T기업 대표는 “일반 기업도 주요 장비의 경우 사용 기간이 5년을 넘어서면 전부 교체한다”면서 “하물며 중요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가 주요 네트워크 장비 등을 교체 없이 10년 안팎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대표는 “이번에 문제된 시스템의 서버와 네트워크 등이 구축돼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자원) 내 주요 장비의 30% 안팎이 내용연수를 초과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면서 “주요 장비의 운용체계(OS)만 해도 워낙 구형인데다 제각각이어서 최적화도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신속히 모든 인프라를 전수 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주요 장비별 교체주기와 점검 절차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사태 이후 오는 12월 8일까지 국자원 내 모든 하드웨어 장비 가운데 내용연수를 넘긴 장비 9600여대를 우선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안문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장)는 “'감가상각충당 재정' 같은 특별 회계를 만들어 어느 정도 돈이 쌓이면 장비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결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낡아서 행정망 마비 사태가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