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중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AI)을 개발한 국내 몇 안 되는 게임 AI 연구자다. 그는 '게임 연구'를 학문 분야로 인정하는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콘퍼런스 온 게임즈(IEEE CoG) 2020' 공동 조직위원장을 역임하고 'IEEE CoG 스타크래프트 AI 경진대회'와 'IEEE CIG 게임 데이타 마이닝 경진대회'를 운영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지난 7월부터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장직을 맡아 학제간 연구협력과 융합에 기반을 둔 문화산업 융복합 활성화 및 연구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고등학생 때 처음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접하고 작은 사이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껴 연세대에 진학해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막상 대학에서 배우는 컴퓨터 공학은 뭔가 정해져 있고 딱딱하고 까다로워 흥미를 잃어갈 즈음 'AI'라는 새로운 분야에 매료돼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AI를 연구했다.
“박사과정 때 오델로(Othello)라는 보드 게임에 푹 빠져 재학 중에 오델로 한국 챔피언과 한국 협회장까지 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최고 수준까지 올라가는 지를 직접 경험하면서 게임과 AI를 결합하는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교수는 “게임에는 현실의 불확실성이 없으며, 명확하고 평가도 확실하다”면서 “이 점이 현실과 다른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약 10년간은 세종대 컴퓨터공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게임을 잘하는 학생과 함께 연구하면서 게임 AI 연구에 집중했다. 게임 AI가 로봇, 자동차 등 다른 분야와 결합해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융합기술원이 있는 GIST로 2019년 이직했다.
현재는 주로 게임에 AI 기술을 접목해 다른 분야에 활용하는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융합기술학제학부에서 문화기술을 연구하는 홍진혁 교수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기술을 연구하는 김승준 교수와 함께 '게임 AI 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돼 2024년까지 총 30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온라인 게임 콘텐츠제작 지원을 위한 AI 기반 게임 시뮬레이션 기술개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김승준·홍진혁 교수와 함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보이첵 매튜식(Wojciech Matusik)·다니엘라 러스(Daniela Rus) 교수와 공동 연구팀을 구성해 '인간중심 물리 시스템 설계를 위한 HCI + AI 융합연구'를 주제로 연간 6억원 규모의 파일럿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김 교수는 “기존 AI 기술이 최적화를 통해 높은 승률을 거두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인간 중심 게임 인공지능' 연구는 사람이 보다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보다 생동감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7명으로 팀을 구성해 얼굴표정인식 AI 기술을 적용한 감정 기반 테트리스 게임인 '이모-트리스(Emo-tris)'를 선보여 그리스 하니아(Chania)에서 열린 제4회 AI 게임 국제 여름학교 '게임 AI 잼(Game AI Jam)'에 참가해 우승했다.
다음달에는 처음으로 국제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G-Star)' 참가해 '게임 AI 플레이어 기반 플레이테스트(QA) 애플리케이션'과 '인간 모사 비플레이어 캐릭터(NPC) 생성기(Mega Zombie M)'를 전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현재 AI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전(시각)' 등과 다르게 '게임 AI'는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다룬다”며 “현재는 컴퓨터 비전 시대이지만 '게임 AI'는 우주항공 분야, 무인시스템의 의사결정 문제 해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크며, 향후 10년 후에는 가장 주목받는 연구분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