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감 있는 어두운 역할로의 확장, 인간적 고민들을 새롭게 한 작품” 배우 임세미가 자신이 열연한 '최악의 악'을 이같이 정의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카페 라디오엠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에서 활약한 배우 임세미와 만났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 분)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임세미는 극 중 언더커버 형사인 준모의 아내이자 조직보스 정기철(위하준 분)의 첫 사랑인 유의정으로 분했다. 경찰로서의 정의감을 배경으로, 동료경찰인 남편을 돕기 위한 강단과 옛 연인 정지철과의 로맨스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고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여신강림' 이후 마련된 글로벌 팬심을 한껏 자극했다.
임세미는 인터뷰 동안 차분하면서도 밝고 다정한 모습으로 '최악의 악' 속 유의정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함께, 연기와 인간적 삶을 향한 진지함들을 표했다.
-대본으로 처음 마주한 '유의정'은 어땠나?
▲우선 눈에 들어왔던 건 전체적인 느낌이었다. 홍콩영화나 90년대 작품 같은 현장에서 마주한 적이 없는 이야기라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한 배경 속에서 의정 캐릭터는 좀 색다르게 보였다. 액션감이 있을 듯한 기본이미지와 달리 사건마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좀 더 컸다.
간단히 생각해도 남편 앞에서 첫 사랑을 마주하는 상황이 흔하지는 않으니까(웃음). 그 외에 다양한 감정들도 특별했다.
-의정 캐릭터로서 비추고자 한 포인트?
▲정의로운 경찰로의 성공욕구를 지닌 준모, 조직보스가 된 첫 사랑 기철 등과 마찬가지로 복합적인 상황의 애잔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한 부분들을 기철과 함께 있으면서도 준모를 떠올리는 모습과 경찰인지 깡패인지 모를 어긋나있는 준모의 감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비주얼적으로는 화려함 보다는 시대적 배경에 기댄 채 캐릭터의 마음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모습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남편을 돕는 시선과 첫사랑을 향한 시선의 중점?
▲감독님을 비롯한 현장분들과 다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참고했다.
너무 사랑하는 듯한 시선이다, 수사를 위한 연기같다라는 다양한 해석 속에서, 배역마다의 감정선을 따라 너무 쏠리지 않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려는 데 집중했다.
-해변가 신은 감정 난이도가 높은 신으로 보였다. 실제 어땠는지?
▲가방 안 권총을 쥔 상태처럼 외줄타기 하는 듯한 마음으로 접근했다.
의심을 돌리면서 접근하기 위한 여러 과정들 속에서 흔들리는 감정선을 표현함에 있어, 말풍선이라도 띄우고 싶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철(위하준 분)이 잘 있어줬고,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줘서 잘 표현할 수 있었다.
-극 중 준모와의 결혼반지를 현실에서도 계속 착용하고 있었다는데?
▲저 뿐만 아니라 기철이도 목걸이를 걸어놓고 한동안 쳐다보며 착용했다고 들었다.
준비과정에서의 몰입과 함께 현장에 걸맞는 스타일링과 세트를 직접 마주하면 캐릭터로서의 생각이 확장되고 몰입할 수 있다.
실제 작품에서 보면 부부관계긴 하지만 준모와의 접점 장면이 많지 않기에, 8부쯤 경찰제복을 입은 채 연애하는 신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감정을 설득할만한 오브제로서 갖고 있었다.
-극 중 기철-의정과 함께 준모-해련까지 사각관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현장 에피소드는?
▲준모-해련(김형서 분)의 관계는 저도 공개분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피칠갑한 남편만 봤지, 저런 수사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웃음).
어쩐지 현장에서 감독님이 '디즈니+로 보세요'라고 하시더니, 이유가 있더라(웃음).
현장에서는 “서로 잘해내자, 마음 조심하고 지조지키자”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한편, 이런 상황을 직접 접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도 나눴다.
-현실 임세미에게 극 중 인물구도처럼 상황이 펼쳐진다면?
▲현실적인 말랑말랑함과 함께, 신뢰가 쌓여있는 상태라면 아무렇지 않게 소개할 것 같다.
다들 지나친 인연과 그리움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삶의 질문처럼 남겨두지 않을까 한다.
어쩌면 그게 '최악의 악'이 지닌 메시지 중 하나가 아닐까도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받은 인상적인 피드백은?
▲제 또래 친구들이나 직장인, 90년대 감성을 아는 주변분들은 '재밌어, 그냥 봐'라는 말로 정말 재밌게 보신다는 반응을 주셨다.
또한 SNS에서는 여신강림 이후 많아진 제 팔로워들이 의정 캐릭터로서 함께 공감해주시고, '진취적으로 사건에 접근', '섬세한 표현력' 등으로 칭찬해주셨다.
특히 극 중 다양한 인간관계들을 모아서 뮤비처럼 만들어놓은 클립은 작품 속 감정을 새롭게 돌아보게 했다.
-'최악의 악'을 통해 배운 것?
▲지창욱·위하준 두 배우는 물론 임성재(정배 역)·최성혁(경진 역)·이신기(종렬 역) 등 극 중 강남연합 배우들까지 모두와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나가는 게 연기라는 것을 다시 실감하게 됐다.
연기라는 것은 승진하는 것도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못하고 잘하고'가 아니라 '부족하고 적절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캐릭터에 몰입하고 털어내는 데 공부를 거듭한다는 메릴 스트립처럼, 개인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극단 간다(진선규, 이희준 등 동참)나 조한철 선배 아래 눈컴퍼니 내 소그룹을 통해 제 연기의 모자람을 거듭 채워나가고자 한다.
-임세미에게 '최악의 악'은?
▲분명 힘들고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지만, 배우로서 따뜻하고 밝은 캐릭터감 외에 깊이감 있는 어두운 역할로의 확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한 인간적으로도 진심어린 마음을 어떻게 말하고 보고 숨쉬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고민들과 함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잘 살아가고 있는가'하는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됐다.
-정주행을 앞둔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최악의 악' 포인트?
▲기시감 있는 느와르 이면에 사람 사이의 복잡한 감정관계들, 삶의 다양한 질문들을 마주할 수 있는 MZ세대 취향저격의 감성이라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
▲장르선택지가 넓어진만큼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서도 삶의 지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를 토대로 새로운 작품에서 더욱 섬세한 연기매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