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 오펜하이머, 핵무기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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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미 육군 대령 레슬리 그로브스는 오펜하이머를 '맨해튼 계획' 책임자로 임명한다. 맨해튼 계획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국가기밀 프로젝트다. 오펜하이머를 리더로 에드워드 텔러, 한스 베테, 리처드 파인만, 엔리코 페르미 등 내로라하는 유명 과학자를 미국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 불러 연구에 집중하게 한다. 2년간 연구과정 중에 원자폭탄이 완성되기 전 독일은 항복하지만, 일본은 저항한다.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이 성공하자, 오펜하이머와 연구원들은 기뻐한다. 일본에 투하될 핵폭탄 리틀보이와 팻 맨이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를 떠난 후 오펜하이머는 원폭 투하 사실을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된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과정과 이를 진두 지휘한 J.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그린 전기 영화다.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핵무기에 대한 미묘한 심경 변화를 묘사한다.

오펜하이머는 핵무기가 전쟁을 끝내고 인간의 역사를 바꿔놓을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될 것을 기대하고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하지만, 막상 원자폭탄이 실제 사용되기 위해 연구소를 떠나자 기뻐하면서도 미묘하게 불안한 모습을 그린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시대에 접어 들었을 때 미국이 원자폭탄보다 더 강력한 수소폭탄을 개발하려 하자, 오펜하이머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시하고, 매커시즘 광풍이 불던 시기 모든 공직에서 쫓겨나게 된다.

핵무기는 인류가 과학으로 만들어낸 가장 공포스런 무기다. 핵무기는 세계적 논쟁거리다. 도시 1개를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파괴력을 일본 원폭 투하를 통해 입증했다.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던 일본을 항복하게 만들었다. 핵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했을 것이다. 일본에서 핵무기 위력을 체감한 이래 핵무기는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간에 전면전은 없었을 정도로 전쟁 억지력을 보장한다.

하지만, 핵무기가 이제까지 단 두번 사용됐다고 해서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게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제분쟁과 전쟁이 증가하면서 핵무기는 극단적 지도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누구든지 핵무기 버튼을 한 번 누르는 순간, 인류 전체를 파멸로 몰아넣는 상황이 불보듯 뻔하다.

오펜하이머 평전 제목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선물한 불은 인류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자, 잘못 사용하면 무시무시한 재난이 된다. 핵무기는 일정부분 전쟁을 억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불과 같은 유용성보다는 위험성이 더 크다.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지속된다. 핵무기의 아버지인 오펜하이머가 수소폭탄을 반대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