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불완전 출범한 개인정보위 2기…부적격자 추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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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 모습.(개인정보위 제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2기가 1기 임기 종료 후 두 달 만에 지각 출범한 것이 '부적격자 추천' 때문이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의 추천 인사 문제로 비상임 위원이 1명 부족한 채로 출범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개인정보위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 등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지난 21일 박상희 전 개인정보위 사무처장 등 6명을 비상임 위원으로 신규 위촉하며 위원회 2기 출범을 알렸다. 위원회 1기가 임기를 마친 지 49일 만이다.

개인정보위 2기 지각 출범에는 민주당의 협조 이슈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정보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상임 위원 2명, 비상임 위원 7명 등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번 신규 선임 대상은 지난 8월 4일 위원회 1기 임기 종료로 공석이 된 비상임 위원 7명 자리다. 비상임 위원 7명은 여당 추천 2명과 위원장 제청 2명, 야당(교섭단체) 추천 3명으로 꾸려진다.

그런데 2기 위원회 구성 과정 중 야당 추천 위원 검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민주당 추천 위원 중 한 명인 당직자 A씨의 이력이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 관한 전문성과 거리가 멀어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위 위원이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3급 이상 공무원의 직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판사·검사·변호사의 직에 10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사람 등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경력과 전문지식을 갖춰야 할 것을 자격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A씨가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한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민주당에 재추천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시간을 지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정보위는 결국 A씨만 제외한 채 비상임 위원 총원인 7명이 아닌 6명을 새로 선임하고 위원회 2기를 발족했다.

문제는 위원회 출범이 늦어지면서 사실상 두 달간 '개점휴업' 상태였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1월(1회)을 제외하고 매월 두 차례 개최한 위원회 전체회의를 8월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이달 열린 두 차례 회의도 고학수 위원장과 최장혁 부위원장 등 2명이 서면회의로 대체한 수준이다.

특히 9월 서면회의는 각종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요인 평가에 관한 건을 주로 심의·의결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하는 시정조치에 관한 건은 안건으로 올리지도 못했다. 개인정보위 핵심 업무가 뒤로 미뤄진 셈이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구글과 메타에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위원회 1기' 임기 종료가 예정돼 있던 터라 위원회 2기 구성 작업이 원만하게 진행됐다면 공백 상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개인정보위 2기의 지각·불완전 출범은 개인정보 보호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인식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전환(DX) 가속화 등으로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커지며 개인정보위를 2020년 8월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했지만 여전히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위원회 위원은 여야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면서 “개인정보위가 위원회 구성의 주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