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84〉우리는 무엇에 답해야 하나

다이얼로그(Dialogue). 연극이나 영화에 나오는 대화를 말한다. 이것의 어원은 그리스어 디아로고스(dialogos)였다. 그 뜻도 대화이긴 했지만 이건 단지 말의 주고받음보다 진리를 찾는 탐구를 의미하는 것이었던 듯하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는 플라톤의 대화편은 차치하고도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같은 고대 철학자는 물론 중세 어거스틴이나 토마스 아퀴나스, 르네상스 시대 에라스무스조차 선호한 형식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혁신이란 뭘 말하는 것일까. 보다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걸 낳는 새로운 원리와 방식일까. 혹은 이것이 드러나기 전 누군가의 상상에서 이미 혁신은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케아를 혁신기업이라 칭한다. 우리는 이곳을 세계 최대의 가구 소매체인이자 그들의 북유럽식 디자인의 드러난 모습으로 본다. 하지만, 이곳이 설립될 무렵으로 거슬러가면 이들이 왜 오늘의 그가 되었는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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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가 1943년 창업할 당시부터 목적은 분명했다고 한다. 당시에 서민들이 가구를 갖는 방법은 별반 없었다. 운 좋게 물려받는 게 아니라면 엄두내기 힘들었다. 애당초 이케아는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가구가 되고자 했다.

그러니 이곳의 혁신에서 가격표 숫자를 바꾸는 손쉬운 선택은 애당초 선택지 중에 없었다. 대신 효율성을 높이고 필요한 공정이라면 내부로 가져왔다. 납작한 박스에 넣을 수 있게 디자인하는 것은 필연이었다.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공급망을 만들어야 했고, 품질만 보장하다면 어느 곳에서 가져오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이곳에서 디자인은 여느 기업처럼 별개 조직일 수 없었고 애당초 비용 최적화 디자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재무, 제조, 공급망 담당자까지 참여하는 건 당연했다. 원자재는 아끼고, 조각으로 구성하고, 포장에 조각을 맞추고, 좀 무겁기는 하겠지만 여하튼 고객이 들고 갈 만한 무게와 크기로 설계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핵심요소였고, 이건 역설적으로 목적이 이미 말해주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는 “당신의 고객은 누구입니까”혹은 “당신의 고객은 어떤 것을 가치있게 생각하나요”란 질문을 흔히 묻고 답한다. 하지만 정작 이곳처럼 이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혁신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걸 경험한 기업은 많지 않다.

공교롭게 이케아는 “많은 사람을 위한 보다 나은 일상생활을 창조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몇 단어짜리 대답 하나는 혁신이 말하는 모든 것의 원천이 되었고, 이케아가 지금처럼 고객의 생활 방식에 누구보다 예리한 통찰력을 갖게 되었는지 웅변해 준다.

이케아가 나눈 고객과의 다이얼로그는 흔한 고객 상담이나 불만접수가 아니라 진리 탐색의 도구가 됐다. 마치 철학자에게 이것이 단지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닌 진리를 찾아가는 도구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구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이미 작고했지만 여전히 이케아가 이케아인건 캄프라드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에 답하는 수없이 많은 캄프라드가 오늘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탓이다.

이것이 왜 당신이 묻고 답하는 대화가 이미 있어야 하는 이유다. 당신이 진정한 혁신을 바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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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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