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전경련 재합류 가시화...글로벌 리스크 집단 대응 필요 결정

삼성, 현대차, SK, LG 4대 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이 가시화됐다. 정경유착 우려가 남아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을 대표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대 그룹은 22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출범에 맞춰 임시 이사회 등 내부 의사결정 체계를 거쳐 재합류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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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이들은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한경연이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더라도 회원 자격을 자동 승계하는 것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재합류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은 22일 총회를 열어 한경협으로 명칭 변경과 한경연 흡수 통합, 혁신안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성은 앞서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사실상 조건부 승인 권고에 따라 21일 임시 이사회 등 내부 의사결정체계를 통해 한경연 회원 자격의 한경협 자동 승계를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준감위는 지난 16일과 18일 두 차례 회의를 거쳐 자체 판단에 맡기겠다면서 정경유착 발견 시 즉각 탈퇴해야 한다는 사실상 '조건부' 승인을 권고했다.

삼성이 전경련 재합류 물꼬를 트면서 나머지 4대 그룹도 복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SK, LG 그룹도 최근까지 전경련 재가입 관련 심도 있는 내부 검토를 거쳤다. 이들 역시 한경협 출범에 맞춰 회원 자격 자동 승계를 동의하는 방식으로 재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그룹의 전경련 재합류가 기정사실화됐지만 과거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경련이 자체 혁신안까지 발표하며 정치권과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지만 과거 과오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 준감위는 지난 18일 “전경련 혁신안은 선언 단계에 있는 것이고, 실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과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4대 그룹은 당분간 회원 자격을 갖되 실질적인 회비 납부, 기금 출연 등 적극적인 활동은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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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경련 혁신안을 설명하고 있다.

외부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4대 그룹의 전경련 재합류가 정경유착 카르텔의 지속이라는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안팎의 우려에도 4대 그룹이 전경련 재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다양한 현안에 조직적으로 움직일 경제단체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시장은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경제단체가 기업 요구사항을 빠르게 파악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결방안을 도모할 필요가 커졌다.

전경련은 미국, 일본 등 해외 대기업과 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방일·방미 경제 사절단 구성을 주도하는 등 네트워크 기반 활동을 재개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은 다른 경제단체와 비교해 해외 네트워크가 넓은 데다 회장으로 추대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도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하다”며 “4대 그룹이 전경련 재합류를 결정한 것 역시 갈수록 치열해진 글로벌 시장에서 집단화된 움직임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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