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여당은 다음주 고준위 특별법 쟁점을 최종 합의하고 내달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준위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지역주민 지원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와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고준위 특별법 '대국민 심층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는 국내 원전이 위치한 경북 경주시, 부산 기장군, 전남 영광군, 울산 울주군, 경북 울진군 등 5개 기초 지자체로 구성된 단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사용후핵연료 전문가들은 포화가 임박한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과 관련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원전 소재 지역 주민은 수십 년 간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을 떠안고 살아왔고, 영구처분장이 마련되기까지 기약 없이 사용후핵연료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국가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 처분을 위해 처분장 부지선정과 독립 행정위원회 설치, 유치 지역 지원 등 내용을 담았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9차례 법안소위 심의를 거쳤지만 여야는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고준위 특별법 통과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박종규 기장군 부군수는 “국회가 보다 큰 무게감과 사회적 책임감으로 연내 고준위법 제정을 위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김석명 울주군 부군수는 “오랜 기간 사용후핵연료 위험을 떠안고 있는 원전 소재 지자체 입장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전 전문가 또한 사용후핵연료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고준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학 경희대 교수는 “고준위 특별법은 갑자기 생긴 법안이 아니라 길게보면 2004년부터, 짧게보면 2013년부터 정부 또는 국회에서 법안을 준비한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법안”이라면서 “특별법이 아니면 현행 법률로 사업을 해야하는데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은 다음 주에 고준위 특별법에 대해 최종적으로 논의하고 내달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2~3개 쟁점이 남았는데 다음 주 법안소위를 한 번 더 열면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