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저렴하면서 급속 충전 가능한 리튬·소듐 이온전지 양극 소재를 개발했다.
경북대학교는 이지훈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이정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금속유기골격체 중 하나인 '베를린 그린'을 나노 육면체 형태로 만들어 고속 충방전이 가능한 리튬·소듐 이온전지 양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베를린 그린은 손쉽게 공침법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금속유기골격체 중 하나인 프러시안 블루의 일종이다. 기존에는 염료(Dye)로 활용되던 소재다. 총 2개의 리튬 이온을 탈·삽입할 수 있어 최근에는 에너지 저장 재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공침(Co-precipitation) 과정에서 입자 형태가 무질서하게 결정화되고, 이로 인해 리튬 이온 확산 통로가 복잡하게 발달해 쓰임새에 제한이 있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25도에서 공침법을 통해 얻은 무질서한 형태의 베를린 그린 용액을 80도에서 한번 더 공침 과정을 거치면, 철 이온과 시안화 이온의 재배열이 일어나면서 나노 육면체 형태로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베를린 그린 나노 육면체를 리튬 이온 전지 양극 소재로 적용하면, 3차원(3D) 방향으로 잘 정렬된 리튬 이온 확산 채널로 인해 30분 동안 충전해도 기존 베를린 그린에 비해 10%가량 우수한 용량 특성을 보였다. 소듐 이온 전지에 적용해도 높은 에너지 밀도와 고출력, 장수명 특성이 유지되어 차세대 이차전지의 양극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리튬 이온뿐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소듐 이온도 매우 빠르게 반복적으로 탈·삽입할 수 있어 다양한 차세대 고출력 금속이온 전지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자동차와 같은 빠른 충전이 요구되는 많은 사용처에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양극 소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지훈 교수는 “베를린 그린 양극 소재의 부족한 출력 특성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입자의 형태를 나노 육면체 형태로 만들고자 한 아이디어가 주효했다”면서 “무엇보다도 간단한 공침법의 최적화를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었던 점에서 연구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환경·에너지 분야의 국제적 저명지인 '그린 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제1저자는 신소재공학부 4학년 허정연 학부생과 이주현 박사과정생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우수신진연구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