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헬스] 젊은 '화병' 환자 급증…여성이 남성의 1.4배

정신·신체 증상 동반
적절한 휴식 취하고
증상 이어지면 치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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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장

바야흐로 여름휴가 기간이다. 방학이 따로 없는 직장인에게 여름휴가란 잠시나마 지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귀한 시간일 것이다.

세계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2년째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2023 세계 직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직장인의 44%가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직장 생활과 업무에 얼마나 열심히 임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직원 몰입도(employee engagement) 조사에서 '몰입하고 있다'고 답한 한국 직장인은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이는 세계 평균 23%보다도 유독 낮은 수치다. 늘어나는 스트레스에 대한 직장인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제때 해결하지 못할 경우 건강에도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화병(火病)'을 들 수 있다.

화병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로 화가 몸에 쌓여 답답함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분함, 스트레스 등 화를 표출하지 못해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이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편람(DSM)에서는 화병을 한국 고유 '문화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질병코드 F43) 환자는 지난해 22만7765명으로 집계돼 2013년(12만706명) 대비 10년 사이 약 88% 증가했다. 20~40대 젊은 화병 환자도 같은 기간 110% 가까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성비는 남성이 41.3%, 여성이 58.7%로 여성 환자가 1.4배 이상 더 많았다.

화병은 화가 억눌려 쌓이면 불안과 초조, 우울, 공황 등 다양한 정신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분노와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 여기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심할 경우 두통과 가슴 답답함, 얼굴 화끈거림, 매스꺼움 등 신체적 증상까지 동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조기에 화병 증상을 발견하고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으로 전신의 긴장을 풀어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켜 스트레스 지수를 완화함으로써 화병 치료를 돕는다.

먼저 가슴 한가운데 있는 혈자리인 단중혈에 침을 놓아 올라간 화를 아래로 내려주고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이후 산삼약침, 자하거약침 등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를 통해 신체의 전반적인 면역력을 강화한다. 더불어 우황청심원과 같은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신경 안정과 불안 완화에 도움이 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황청심원이 만성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각각 86.9%, 75.2% 가량 억제했고 뇌 손상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항산화(Antioxidants)'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도 우황청심원이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다양한 뇌 신경재생인자 발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와 함께 '단중혈(膻中穴)' '백회혈(百會穴)'과 같은 혈자리를 지압하는 것도 스트레스와 긴장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단중혈은 명치 약간 위쪽에 있는 혈자리로 검지와 중지로 지그시 눌러 문지르면 화를 내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좋다. 정수리 중앙에 위치한 백회혈을 양손으로 마사지하듯 눌러주면 스트레스성 두통을 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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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중혈과 백회혈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벼운 운동이나 취미 활동과 같이 자신에게 적합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계획적으로 실천하도록 하자.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규칙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음주나 흡연을 지속하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케이팝 열풍을 이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한 외신 인터뷰에서 'Work(일)'와 'Life(삶)'의 'Balance(균형)'보다 'Harmony(조화)'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으며 직장인 개인마다 그 해답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전제로 해야 이뤄질 수 있다. 직장인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에 힘쓰며 건강에 관심을 두도록 하자.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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