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82〉디스플레이산업 성패는 소·부·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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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전자 정보를 인간이 볼 수 있도록 화면으로 구현해 주는 영상표시장치로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기술을 포함한 영상기기를 통칭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소재부품, 장비 생산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패널을 중심으로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시스템 산업으로 기술개발 선도에 따라 세계시장 주도권이 결정되는 산업이다. 대표적 전후방 산업으로는 재료, 부품·설비 등 후방산업과 TV, 모니터, 모바일기기 등 전방산업이 있다.

전방 산업만 하더라도 TV와 모바일 기기 성능을 소비자가 체감하는 데 있어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디스플레이가 좋은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후방산업인 재료와 부품 등의 지원이 크게 요구된다. 디스플레이 산업 매출액 증가와 더불어 소재·부품·장비 분야 매출 비중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 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산업 구조로 인해 전후방 연관효과가 매우 높은 산업으로서 패널 품질과 성능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트렌드로 메타버스가 부상하면서 디스플레이 패널 성능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산업에 있어 TV, 스마트폰에 이어 또 하나의 전방산업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몰입감 있는 메타버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의 기술을 보다 생생하고 선명하게 구현해 줄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결합시킨 3차원 가상 세계로 미국 로블록스, 네이버 제페토 등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급성장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폼펙터에 활용이 가능해 메타버스 기술 구현의 필수 요소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패널 성능만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됐다. 기후변화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정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되고 사용중 전력을 소모하는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사회적 책임 요구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는 애플 등 글로벌 수요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생산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관리하기 위해 환경평가지수를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OLED 원료 재활용률 제고 등 친환경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자 노력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저전력 OLED 기술을 개발해 약 11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LG디스플레이는 환경전담조직을 구성해 저탄소 생산기술, 친환경 제품 개발, 에너지 효율 극대화, 에코 인덱스(Eco Index) 도입 등을 통해 2014년 대비 30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는 대부분 한국, 중국, 일본, 대만에 있다. 최근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와 OLED 패널 생산능력 확대되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중국의 약진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OLED 분야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으나,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 시장점유율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OLED 시장점유율은 2016년 1.1%, 2019년 9.8%에서 2020년 13.2%까지 증가했다. OLED 분야는 스마트폰, TV, 스마트워치 시장 성장과 폴더블폰, 지문 카메라 등의 기술 개발로 제품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할 분야이다. 중국 OLED 생산능력은 1000만㎡를 넘어 전세계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대응책 마련을 모색 중이다. 차세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기술경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공급망 중 아직 생산시설 및 기술을 준비하지 못한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다수 존재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 소·부·장 산업 육성이 보다 중요해지면서 관련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산업 성패는 결국 소재, 부품, 장비 산업에 달려 있다.

박정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