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머리를 제외하곤 털이 없는 동물이다. 탈모와 같은 질병은 유전일 수 있다. 털에 숨기 쉬운 기생충, 바이러스, 세균을 줄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털의 퇴화는 몸을 덮는 의류를 발전시켰다.
인간은 자발적으로 몸을 의류로 덮는 유일한 생명체다. 신체기관 능력을 키우는 대신 도구, 기계, 기술 등 외연을 확장하는 형태로 발전했기에 의류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의류는 추위나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공격을 받을 때에는 몸을 지키는 방어막이 된다. 의류에 간단한 무기를 숨기면 적을 공격하기도 쉽다. 따뜻하거나 더운 날씨에도 옷을 입는다. 몸을 노출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노출은 부끄러운 일인가. 본능적인 지, 도덕적인 지 알 수 없다.
복장은 국가와 민족, 종교의 문화적 차이를 보여준다. 신분사회에서 계급, 가문과 지위에 따라 다른 복장을 했다. 공직이나 좋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옷을 벗는다고 말한다. 조직 구성원이 같은 제복을 입는 것은 소속감을 높인다. 직장·학교 등 성격에 따라 특정 문구가 박힌 같은 점퍼·티셔츠 등을 착용해 자존감을 높인다. 군복·경찰복 등은 공권력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다. 국민이 쉽게 알아보고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명품 의류는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백화점 명품 의류를 사기 위해 밤새며 줄을 선다. 명품 의류업체는 예술가와 협력,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자본주의가 성장해 더 이상 팔 것이 없을 때에 부자에겐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명품을 통해 상류층임을 증명하라고 한다. 빈자에겐 명품 하나라도 구입, 부자를 따라가라고 부추긴다. 원가와 괴리도가 높은 가격일수록 잘 팔린다. 사람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과시욕이 커지면서 명품 의류를 입되, 의류로 가려지지 않은 부분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노출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의류로 감출 수 없는 부분은 성형수술의 도움을 받는다. 의류에 시사적인 문구를 새기면서 정치적, 사회적 성향 또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디지털시대엔 의류에 부착하는 전자 기기 등 다양한 장치와 함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의료진단, 건강체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 헬스케어를 가능하게 한다. 벌레, 바이러스, 세균의 침입을 막는 등 바이오 소재 의류도 늘고 있다.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다. 의류에 붙이는 액세서리 시장도 있다. 허리에 두르는 벨트, 목걸이, 귀걸이 등이 그것이다.
영화 등에서는 특정 의류, 가면을 쓰면 초능력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선녀의 날개옷, 배트맨과 아이언맨의 옷이 그것이다. 영화적 상상은 시장 가치를 더해 현실이 된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영화 속 영웅들의 옷은 디지털 시장에서 상품이 된다.
디지털시대에는 의류가 반드시 실과 바늘, 재봉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기기를 통해 그래픽으로 만들어진다. 옷감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 다양한 가상 의류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나만의 아바타를 위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의류, 가방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오프라인에선 쓸모가 없는 데 말이다. 디지털 공간의 영웅, 가상인간, 아바타, 캐릭터를 연출하기 위한 가상 의류는 오프라인에서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 팔 수 있다. 다양한 결합상품도 선보일 전망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명품을 사고 똑같은 디지털 상품을 사서 나의 아바타에게 입힐 수 있다. 의류를 게임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디지털시대엔 의류산업이 영화, 가상공간, 의료와 건강을 아우르는 융복합 산업이 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