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11차 전기본)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핵심 전력설비계획으로 신규 원전 4기 이상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력 등 에너지 전문가와 함께 원전 전문가도 다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1차 전기본은) 10차 전기본보다는 빠르게 일정을 가려고 한다”면서 “우선 전력정책심의회 등 전문가들을 다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수립해야 하는 11차 전기본을 좀 더 빠르게 수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발전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도 11차 전기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10차 전기본은 전문가 워킹그룹이 구성된지 9개월 만에 정부안이 공개된 바 있다.
전기본은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과 이에 따른 전력설비 확충을 위해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 주기로 수립되는 장기 행정계획이다. 총 15년 간의 전력 설비계획을 반영한다. 연도별로 발전소 설비 준공 계획과 전력수요 전망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발전 업계에서 주목하는 핵심 계획으로 꼽힌다. 올해 1월 확정된 10차 전기본은 지난해에서 2036년까지 계획을 담고있다.
11차 전기본은 내년까지만 수립하면 된다. 이를 앞당기는 것은 원전 확대의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을 빠르게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3월 수정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전환 부문 목표치가 상향된 만큼, 무탄소전원인 원전 확대 필요성도 커졌다. 앞서 10차 전기본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안에 계획을 확정해야 됐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11차 전기본은 지난해 7월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등을 온전히 반영하는 계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10차 전기본은 정권이 바뀌고 기간도 짧아 (원전 확대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면서 “11차 전기본은 이 정부 들어서 사실상 처음으로 설비계획을 짜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전환부문 감축 비율이 기존 2030 NDC보다 1.5%p 높아졌기 때문에 무탄소전원인 원전의 역할 확대는 당연한 수순이다. 발전 업계에 따르면 신규 원전을 4기 이상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존에 제시됐던 강원 속초시 대진 원전, 경북 영덕군 천지 원전 등이 신규 원전 후보 부지로 거론된다. 다만 지금도 동해안에 포화된 전력계통망을 고려하면 현실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10차 전기본에 비해 원전 전문가 참여도 확대될 전망이다. 10차 전기본 전문가 워킹그룹은 전문가와 정부인사 약 130명이 참여했는데, 원전 전문가로 꼽히는 인사는 3~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1차 전기본은 원전 확대가 핵심인 만큼 총괄위원장에 원전 전문가가 거론되고 있다. 이외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