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 반도체법 지원금 신청요건 완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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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한국, 미국, 대만, 일본 4개국간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 형성을 목표로 ‘칩4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520억달러 규모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을 제정했다.

미국 상무부는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반도체를 미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미국의 안보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며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 요건을 발표했다. 앞으로 보조금을 신청한 기업에 대해 경제·국가안보 기여도, 사업 상업성, 재무건전성, 기술타당성, 인력 개발, 기타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요건에 따라 보조금을 신청한 미국 투자 반도체 기업에 390억달러(약 50조원), 연구개발(R&D) 분야에 132억달러(약 17조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리고 해당 내용에는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 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국내 반도체 기업은 영업기밀 유출 등 심각한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주요국은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 반도체법이 발효되고 보조금 신청요건이 정해짐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 지위에 있는 만큼 상호주의 및 형평성에 맞는 반도체법 하위 규정이 마련되도록 협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만, 유럽 등과 국제협력 등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미국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은 미국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의 경제성이 낮거나 사업성이 없을 경우 관련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건설 속도를 조절하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법의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은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규모를 축소하거나 건설을 지연한다면 그만큼 탈중국 전략은 늦어지고 결국 미국 투자도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패권만 추구하는 것은 반대로 반도체 동맹 관계가 약해지고,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미국 내 고용, 소비, 생산 둔화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미국 국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 간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한·미 동맹 관계가 기술협력과 투자로 이어져 양국 간 상호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반도체법’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지만, ‘칩4 동맹’ 등에 따른 한·미 협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다. 그만큼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반도체법의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등 보조금 신청요건 등을 완화하는 양국간 협력이 필요하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ks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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