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실용위성 발사체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3차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 기술에 대한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함은 물론 체계종합기업 첫 참여를 통해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생태계 조성의 초석을 쌓았다.
누리호는 25일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목표 고도 550㎞를 향해 솟아올랐다. 발사 123초 뒤 고도 66㎞에서 1단 엔진을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발사 230초 뒤 고도 209㎞에 진입한 누리호는 탑재체인 위성을 보호하는 페어링을 분리했다. 이어 발사 267초 뒤 263㎞에 이르러 2단 엔진 분리를 완료했다.
발사 13여분 뒤 목표 고도 550㎞에 진입한 누리호는 위성 1차 분리(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시작으로 민간기업 개발 큐브위성 3기 및 한국천문연구원 개발 도요샛 4기를 20초 간격으로 순차 분리하면서 정해진 시퀀스를 모두 수행했다.
분리 결과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 6기는 모두 정상적으로 사출이 진행됐으나 도요샛 4기 중 1기의 경우 사출 여부 확인을 위해 시간이 좀 더 소요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나머지 도요샛 위성의 정상 사출이 확인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최종 사출 결과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이날 오후 7시 7분 남극 세종기지로부터 비콘(위성에서 주기적으로 지상으로 보내는 고유의 식별 신호) 신호가 수신됐음을 확인했다.
26일 오전 5시부터는 총 4회에 걸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을 통해 위성 상태를 세부적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다.
누리호는 이로써 3차 발사에 공식 성공했지만, 발사를 앞두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초 발사 예정일이었던 지난 24일 발사를 약 2시간 앞두고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발사가 긴급 중단됐다.
점검 결과 발사대 헬륨 저장탱크와 지상 장비 시스템을 제어하는 장치(PLC)에서 명령어가 순차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것을 확인, 곧바로 조치가 이뤄지면서 3차 발사는 중단 하루 만에 재개 결정됐다. 이는 발사 과정에서 항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오류에 대한 대응 능력을 끌어올린 계기로 평가받는다.
이번 발사 성공은 누리호의 실질적인 목적을 테스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2차 발사와 달리 실제 위성을 정해진 궤도에 올리는 발사체 본연의 역할을 최초로 수행, 앞으로 본격적으로 실용위성 탑재·발사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신뢰도를 확보했다.
정부 주도 발사체 제작 및 발사 운용 과정이 민간 부분으로 확대된 점 또한 3차 발사의 큰 성과다.
이번 3차 발사에는 누리호 고도화사업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 준비 및 운용에 참여해 향후 누리호 발사를 민간 주도로 진행하기 위한 기술을 습득했다.
앞으로 남은 반복 발사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 운용 관련 기술을 지속 습득하고, 6차 발사부터는 발사책임자(MD), 발사운용책임자(LD), 발사관제센터(LCC) 일부 콘솔을 제외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한다.
목표 궤도에 정상 진입한 차세대소형위성 2호 등도 앞으로 우주 환경 임무 수행을 통해 핵심기술 국산화 능력을 검증할 예정으로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 의미를 보태는 부분이다.
이번 성공으로 국가 우주 수송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도 추진력을 얻을 전망이다.
차세대발사체는 재사용발사체 기반 기술이 탑재된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이 적용된다. 향후 국가 위성 및 우주 탐사 발사 수요에 차세대발사체를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2032년까지 3회 발사를 수행한다. 2, 3차 발사는 달 착륙선 발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앞으로 2027년까지 누리호를 3차례 반복 발사함과 동시에 누리호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며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흥=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