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로봇 자체 제작하고 직접 육안 점검까지... 노량대교 안전점검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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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안전관리원 직원들이 지난 19일 오전 노량대교 주케이블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국토안전관리원

길이 990m에 이르는 노량대교를 버티는 것은 주탑과 상판을 잇는 케이블. 케이블을 바닥에 고정한 앵커리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철근두께의 케이블 6800 가닥이 하나로 꼬여 주케이블을 이루고 있었다. 바다 위를 떠받치는 대교의 특성상 염분에 쉽게 노출되고 강풍이 잦아 케이블 안전점검은 필수다.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지난 19일에는 국토안전관리원 직원들이 육안 점검을 위해 케이블에 직접 발을 딛고 올랐다. 정자교 붕괴를 계기로 정밀한 시설물 안전점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토안전관리원의 노량대교 사례를 통해 시설물 안전 점검 현황을 살펴봤다.

남해와 하동을 잇는 노량대교는 세계 최초의 경사주탑 현수교로, 2018년 9월 개통됐다. 임진왜란 때 노량해전이 일어났던 그곳에서 승리의 V 자 형상으로 서 있는 노량대교의 늠름한 자태 뒤에는 끊임없는 안전관리가 있었다.

노량대교는 국토안전관리원 본사 특수시설관리실이 전담해 관리한다. 관리원이 전담 관리를 하는 곳은 목포대교 등 31개교에 이른다.

관리원은 노량대교를 포함해 31개 특수교량 모두를 통합관리계측시스템으로 24시간 모니터링한다. 노량대교에는 교량 시설물 70곳에 지진가속도 계측기, 초음파 풍속계, 초짐이나 경사 등을 감지하는 각종 센서를 운용 중이다. 이를 포함한 통합관리계측시스템은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 측정하고 강풍이나 선박충돌과 같은 재해·재난 발생 시 상황을 알려준다. 바다를 지나는 대형 선박이 교각 등 교량 구조물과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계측시스템을 이용한 실시간 안전 모니터링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시스템은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인도네시아에도 전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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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안전관리원의 특수교 계측시스템. 출처=국토안전관리원

안전관리를 센서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관리원은 안전한 노량대교 유지를 위해 주케이블 뿐만 아니라 보강거더 내부, 접속교 교대, 앵커리지 내부 등 20곳을 정기안전점검과 수시점검을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점검원들이 육안으로 세밀하게 살피면서 부식정도나 흠 등을 발견하고 조치한다. 케이블을 고정하는 앵커리지는 지하 시설인 만큼 제습도 필수다. 반년에 한번씩 하는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할때는 앵커리지에서부터 146.8m에 달하는 주탑까지 케이블을 타고 올라가며 케이블을 직접 점검한다. 점검원들이 케이블 점검을 마치는데 거의 하루가 걸린다.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기 힘들기 때문에 점심은 간단하게 도시락을 싸서 주탑에 올라 해결한다고 한다.

강영구 국토안전관리원 특수시설관리실장은 “점검자들이 6개월에 한번 직접 케이블 점검을 할 때에는 이틀 전부터 물도 조금씩만 마시면서 컨디션 관리를 한다”면서 “부식된 곳은 없는지, 볼팅 부분이 튼튼한지 등 일일이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관리원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협소부도 세밀하게 살피기 위해 로봇을 자체 개발하기도 한다.

강 실장은 “고소 차량으로도 올라갈 수 있는 높은 곳과 협소한 공간은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로봇까지 자체 개발했다”며 “점검 로봇은 케이블을 타고 이동하면서 케이블의 상태를 고화질로 촬영하는데, 이 영상을 분석하면 육안 점검 때보다 훨씬 정확한 데이터를 얻고 작업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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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을 고정하는 앵커리지 내부에서 관리원 직원이 케이블을 확인하고 있다.

유지관리를 위한 시설 점검도 주 1회 이상 해야 한다. 안전 점검원들의 생명이 설비 점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 원장은 “해상 특수교량은 섬 지역 주민들의 편의 증진은 물론 관광객 유치 등 지역발전에도 기여하는 국가의 주요 자산”이라며 “더욱 안전한 특수교량이 되도록 모바일 점검시스템을 포함한 차세대 스마트 유지관리 기술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하동(경남)=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