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사고 우려 커지며
전극정렬단계 3D 검사 수요↑
SFA·이노메트리 등 국내 장비
외산보다 수초 내로 시간 단축

배터리 검사 트렌드가 2차원 엑스레이 외관검사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한 3차원 검사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 등 이슈로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기술 개발로 3차원 CT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양산라인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에 3차원 CT 장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모두 전극정렬검사에 CT를 도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FA 장비를, 삼성SDI는 이노메트리와 SFA를 병행해서 쓰고 있고, SK온은 이노메트리 CT를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각형, 파우치, 원통형 등 다양한 행태 배터리 검사에 CT가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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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에이 직원들이 3차원 컴퓨터 단층촬영(3D In-Line CT) 검사기를 활용해 배터리 이상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에스에프에이 제공)

CT 검사는 주로 의료 분야에서 사용된다. 인체에 엑스레이를 투과시켜 횡단면 영상을 얻고 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영상을 분석한다. 배터리 검사에 활용되는 CT 검사장비 역시 배터리를 축을 중심으로 회전시키면서 다각도로 촬영한 엑스레이 영상을 모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구현하는 개념이다. 기존 엑스레이 장비가 배터리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2D 이미지를 얻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3D CT 검사기는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배터리 셀 내부를 촬영하고 양극판과 음극판의 배열 상태를 전수검사해 화재 위험이 있는 셀은 검사 공정에서 걸러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단가는 엑스레이 장비의 3배 정도로 비싸지만 엑스레이 대비 이미지 정밀성이 높아 검사 정확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최근 배터리 화재 사고 우려가 커지면서 전극 정렬 검사 단계에서 3차원 검사에 대한 수요가 커진 상황이다.

기존 외산 3차원 검사장비들은 보통 셀 하나를 검사하는데 7분 내외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생산성 문제로 도입이 어려웠다. 배터리 공장에서 평균 1분에 15개 이상의 배터리 셀이 생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수 검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3D CT 검사 장비는 이같은 문제를 극복해 수 초 수준으로 검사 속도를 단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에프에이 CT 검사기의 셀 당 평균 검사시간은 4초 수준. 이노메트리 CT 검사기는 파우치형 배터리 기준 셀 4개를 동시 검사한다. 전극 두 군데를 4초씩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 1개당 검사시간으로 환산하면 2초 꼴이다. 배터리 양산라인 속도에 맞춰 전수 검사가 가능하다.

CT는 엑스레이 장비 대비 검사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지만 여러 셀을 포개어서 검사하는 방식으로 촬영 방식을 개선하고, 복수 헤드로 동시 검사하는식의 장비 개발로 속도를 보완하고 있다. 촬영된 이미지를 분석해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자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로 속도와 정확성을 개선하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배터리 장비업계 관계자는 “3D CT 검사장비는 엑스레이 장비 대비 이미지 정밀성이 높아 검사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배터리 전체를 보는 이물이나 간극 검사는 여전히 엑스레이 장비가 강점을 가지지만 전극 정렬처럼 배터리 일부를 보는 검사 공장에 CT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