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저력은 R&D…매출의 25% 재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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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둥관시 화웨이 R&D센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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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 1615억위안(약 30조500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매출의 25.1%를 R&D에 썼다. 금액과 비율 모두 사상 최대다. 지난 10년간 R&D에 쏟은 자금만 1조위안에 이른다. 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은 세계 4위 규모다.

화웨이의 과감한 투자 배경에는 기술 자립으로 미국 제재 파고를 넘겠다는 창립자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 결단이 있다. 그는 회사 내규에 무조건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할 것을 못박았다. 전체 직원 20만명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 인력으로 채웠다. 장기 투자로 축적된 R&D 역량이 화웨이가 가진 진짜 힘이다.

화웨이에게 미국 제재는 뉴노멀이 됐다. 수출규제가 이어진 3년간 제품 1만3000개 부품을 중국산으로 교체하고 회로기판 4000여개를 재설계했다. 창립자 딸 멍완저우 순환회장은 “압박도 있지만 자신감은 더 크다. 지난해는 화웨이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해”라며 기술 독립에 성공했다고 자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화웨이는 주력사업인 통신장비, 스마트폰이 미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R&D 투자를 앞세워 디지털 전환(DX)을 지원하는 솔루션 중심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서방 압박에서 벗어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화웨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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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매출, R&D 투자 현황(자료=화웨이 연간보고서, 단위=위안)

지난 18일 방문한 중국 둥관시 화웨이 R&D센터는 이같은 기술 혁신 의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선전 본사 캠퍼스가 화웨이 기술 굴기 삼장부라면 둥관 R&D 캠퍼스(시 리우 베이 포 춘)는 두뇌 역할을 하는 곳이다. 통신장비부터 클라우드·소프트웨어까지 화웨이 주력 사업 연구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여의도 면적 절반 크기의 총 180만㎡ 규모 캠퍼스는 유럽풍 건물과 호수, 트램이 마치 테마파크를 연상시킨다. 전체 면적의 40%만 R&D 업무에 사용하고 60%는 탁트인 자연 조경을 위해 할애했다. 총 12개로 나뉜 구역의 전경과 건축 양식은 유럽 주요 도시를 본떴다. 화웨이가 직접 개발한 자율주행 버스와 총 3개 노선의 전기 트램이 곳곳을 누빈다. 화웨이 관계자는 “직원이 업무에 집중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여유로운 근무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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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선전 본사에 위치한 뉴ICT홀

캠퍼스에 근무 중인 개발 인력만 지원부서 포함 3만명에 달한다. 인력 구성은 제품 개발과 엔지니어부터 기초 이론 과학자까지 다양하다.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한 복지제도도 파격이다. 인근에 마련된 R&D 직원을 위한 아파트 기숙사는 기본으로는 임대지만, 3~5년 이상 근무한 레벨 15~19 직원에게는 매매 자격을 부여한다. 판매가는 평당 8500~9000위안으로 외부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 매매가가 평당 약 4만위안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화웨이 직원 자녀를 위해 칭화대학교와 연계한 초중고교가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미·중 기술 전쟁 최전방에 있는 화웨이는 R&D 투자로 미국 봉쇄를 뚫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전방위 제재 속에서도 화웨이는 통신장비에서 여전히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5.5G(5G-어드밴스드) 등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에서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사업으로 점찍은 엔터프라이즈 부문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 솔루션을 제공하며 지난해 매출이 30% 뛰는 등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

지난 17일 화웨이 아시아태평양 파트너스 콘퍼런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애론 왕(Aaron Wang) 화웨이 아태지역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문 부사장은 “외부환경(미·중 갈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전략은 계속해서 성장하며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중국)=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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