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원전 공기업의 R&D 집행금액은 최근 3년간 회복하는 흐름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한전과 원전 공기업 간의 미래 기술 투자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한전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R&D 집행금액은 3458억원으로 2015년(2007억원)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매출액 중 연구개발비 비율도 0.5%로 2015년 0.34% 이후 가장 적었다. 한전은 2017년 R&D를 4604억원 집행해 역대 최대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로는 이 때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옥 매각 이후로 여유자금을 바탕으로 R&D 투자를 강화했다. 2016년 한전의 R&D 집행금액은 4466억원으로 2015년 2007억원 두 배가 넘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3000~4000억원대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2019년부터는 좀처럼 4000억원대 투자 집행금액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전의 R&D 집행금액은 2019년 3630억원, 2020년 3497억원, 2021년 3736억원, 지난해 345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전은 전남 나주시에 에너지 신기술연구소를 착공하면서 R&D 집행금액이 시설투자비로 분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전에 따르면 에너지 신기술연구소에 집행된 금액은 2021년 1100억원, 지난해 574억원이었다. 순수 R&D 투자 금액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부터 급격히 악화된 재무상황도 R&D 투자를 쉽게 확대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한전의 R&D 투자는 전력을 넘어 국내 에너지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전력계통 투자는 물론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탄소중립 대응 기술 등에 한전이 전폭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한전은 재정상황이 급격히 확대됐음에도 필수 R&D 투자는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강도높은 자구책까지 요구받는 상황에서 R&D 집행금액을 대폭 확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반면에 한수원과 한전기술, 한전KPS 등 주요 원전 공기업은 최근 3년간 연구개발 집행금액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수원은 2020년 4321억원에서 지난해 4521억원으로 투자집행금액이 확대됐다. 한국전력기술은 2020년 425억원에서 2022년 549억원으로, 한전KPS는 2020년 247억원에서 지난해 314억원으로 증가했다. 역대 최대 R&D 투자를 단행하지는 못했지만 투자가 점점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들 원전 공기업의 원전 확대 정책 영향으로 향후 R&D 금액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