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선수에서 골프선수로 변신
2022 '넥센 ·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2'서 1, 2라운드 '깜짝 선두'로 눈도장
지난 해 시드잃은 뒤 투어선수 포기까지 고민... 내셔널비프 응원으로 '용기'
프로무대 첫 우승으로 자신감, 내년시즌 KLPGA투어 복귀 '청신호'
전효민이 선두와 7타차 차이를 뒤집고 프로무대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전효민은 지난 6일(수) 전라남도 무안에 위치한 무안 컨트리클럽(파72) 서코스에서 치러진 'KLPGA 2023 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1차전(총상금 7천만 원)' 최종 라운드에서 최종합계 4언더파 140타(72-68)로 정상에 올랐다.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작 된 대회 최종 라운드. 전효민(24·내셔널비프)은 경기전 선두와 7타 차로 최종라운드에 나섰기에 경기 후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도 우승이 가능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비와 강한 바람에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타수를 지키기 못하고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냈고 경기를 먼저 끝내고 클럽하우스 안에서 경기종료를 기다리던 전효민에게 우승 소식이 들려왔다.
전효민은 지난해 정규투어에 신인으로 데뷔해 4월 KLPGA투어 '넥센 ·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2'에서 1, 2라운드 공동 선두, 3라운드 종료 후 1타 차 2위에 오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전효민이 누구야”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을 정도로 전효민은 무명 선수였다.
전효민은 초등학교 시절 쇼트트랙 샛별이었다.
대구 신매초교 1학년 때 스케이트를 신은 지 3개월여 만에 꿈나무체육대회 빙상 쇼트트랙 1학년부 대회신기록으로 2관왕을 차지했고 2학년 때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주최한 남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꿈나무대회 1~2학년부 종합 우승을 거머쥐는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그러던 전효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로 전향했다. 거친 몸싸움을 하는 스케이트보다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접한 골프의 매력에 빠졌고, 무엇보다 혼자 열심히 하면 되는 운동이어서 더 끌렸다고 한다.
하지만 골프에서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전효민은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이나 국가대표를 경험하지 못했고 2018년 프로 데뷔 후에도 주 활동 무대는 드림투어였었다.
전효민은 '넥센 ·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2' 최종라운드에서 많은 갤러리 앞에서의 경기가 무척이나 부담이 된 듯 이전 라운드와는 달리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최종 순위 공동 14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전효민은 “사실 그때 당시 공이 안 맞을 시기여서 그렇게 친 것도 되게 만족했다"면서 "많은 갤러리 속에서 하는 경기도 처음이여서 긴장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끝까지 잘 버틴 내 자신에겐 칭찬해 주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전효민은 “작년 내내 드라이버 샷이 좋지 못했다. 연습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대회에서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던 것 같다”며 “정규투어 시드를 잃고 11월에 시드전에 나갈때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준비나 노력은 많이 했다”고 말했다.
1999년 생으로 동갑내기 친구인 최혜진, 이가영, 최예림, 황정미 등에 비해 정규투어 데뷔가 늦은 전효민은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그냥 너무 아쉬움이 제일 컸다. 정규투어에 친구들에 비해 빨리 올라간 것도 아니고 좀 늦고 어렵게 올라갔는데 1년 내내 허덕이다 끝난게 너무 허무했다”며 “비록 공은 작년에 제일 안 맞았지만 진짜 제일 열심히 했는데...”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효민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대구 출신인 전효민은 투어를 위해 용인으로 이사까지 했지만 시드를 잃고 새로운 후원 계약도 맺지 못하자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 레슨을 하려고 생각하기도 했다.
전효민이 다시 투어선수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건 지금의 메인스폰서인 내셔널비프였다.
전효민은 “지난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저를 눈여겨보신 지금의 후원사와 대회 이후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제가 계약을 못하고 있자 손을 내밀어 주셔서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어렵게 떠난 동계 훈련을 통해 전효민은 문제점이었던 드라이버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동계훈련은 최혜진, 이가영의 스승으로 알려진 이경훈코치와 함께 태국에서 진행했다.
전효민은 “불안정한 티샷을 잡으려고 노력했고 쇼트게임도 열심히 했다”며 이번 우승의 원동력을 동계훈련으로 꼽았다.
우승 후 너무 많은 축하를 받았다는 전효민은 “저는 골프를 시작 한 후 이번이 처음 우승이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며칠이 지나도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친구들, 언니들도 많이 연락을 주셨는데 그때도 실감이 나지 않다가 신발, 클럽 회사들에서 지원을 해 주겠다고 연락이 오니까 '아, 내가 우승을 했구나'하고 실감이 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내년도 정규투어 복귀에 청신호가 켜진 전효민은 “지금껏 골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즐겁게 대회를 다닌다거나 재밌게 다녔던 적이 없었고 이번에는 아예 그만 둘 수도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래서 올해는 즐겁게 선수 생활을 해보려한다”며 “우승을 하고도 정규투어에 못 갈수도 있겠지만 이런 저런 생각 안하고 '못가면 좀 어때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투어 생활을 하려한다”고 말했다.
본인을 스스로 '장난꾸러기'라고 말하는 전효민은 평상시에도 항상 웃는 얼굴로 모든 사람을 대한다. 그녀의 투어 생활도 즐거움과 웃음으로 가득하길 응원해 본다.
(글, 사진 = 윤현준 골프채널 기자)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