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낙규)은 함완규 섬유연구부문 박사팀이 방사 속도를 올려도 섬유 생산성을 높이고, 더욱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갖도록 하는 신개념 고강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섬유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생산성을 20% 이상 높이면서 인장 강도가 15% 이상 향상된 PET 섬유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나일론, 아크릴과 함께 3대 합성섬유로 꼽혀온 PET는 의류에서부터 생활, 산업용 섬유 소재로 널리 쓰이며 전 세계 합성섬유 생산량 9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자동차, 항공운송 등의 경량·고성능 섬유 소재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용 '타이어 코드' 핵심 소재다.
PET 섬유 제조 핵심은 용융방사 공정이다. PET 수지를 280℃ 이상 고온에서 녹인 후 방사 노즐로 압출돼 나온 용융상태 고분자를 당기고 냉각시켜, 원하는 섬유 굵기와 물성을 갖도록 만든다.
이때 방사 속도가 PET 섬유 생산량을 좌우하는데, 방사 속도를 올리면 섬유가 끊어지거나 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기존 공정 기술로는 개선이 어려웠다.
이번 성과는 용융상태 PET 고분자 사슬 얽힘 구조를 제어해 최적화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연구팀은 용융상태에서 실뭉치처럼 얽힌 고분자 사슬 간 밀도·간격을 제어하면 용융 점도가 떨어져 방사장력(노즐에서 나온 섬유가 굳는 동안 걸리는 섬유 내부 응력)이 낮아지고, 방사장력이 낮아지면 연신비(섬유를 늘리거나 당길 수 있는 비율)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고분자 사슬 간 얽힘 구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방사 노즐을 재설계하고, 순간적으로 방사온도 대비 100℃ 이상 섬유를 가열할 수 있는 소형 히팅 장치를 개발했다.
PET 섬유는 280~300℃ 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열분해가 일어나는데, 400℃까지 가열해도 열분해 없이 안정적으로 방사할 수 있는 것이 기술 핵심이다.
개발 기술을 적용할 경우 산업용 고분자량 PET 수지 최대 방사속도가 분당 약 3㎞에서 3.6㎞로 증가하고, 인장 강도는 9~10g에서 11~13g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장 강도의 경우 PET 섬유로 구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 물성이다. 실험실 규모에 머무른 일본 및 해외 경쟁국과 달리 상용화 규모 대형 방사 노즐이나 공정에도 구현 가능하다. 최소한 비용과 시간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함완규 박사는 “순간 국부 가열로 용융구조를 제어해 전력 사용량을 10% 이상 줄일 수 있고, PET 섬유에 첨가제를 쓰지 않아 섬유 폐기물을 100%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며 “간단한 설비 개조만으로 생산성과 물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어 현재 국내 기업들과 실용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