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 정산vs추후 변론 입장차
연말께 2심 전망…세계 이목 집중
서울고등법원이 29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 대가 소송의 올해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3에서 글로벌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공정 기여가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이후 진행되는 첫 변론기일이다. 양사 간 망 이용 성격 규명이 치열한 쟁점이 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 진행되고 있는 망 이용 대가 법률 분쟁 과정과 결론에 대해 세계 규제당국과 통신·콘텐츠기업의 눈길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29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에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부당이득 반환 소송 제8차 변론을 진행한다.
양사는 2021년 6월부터 변론을 이어 가고 있다. 8차 변론은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뀐 이후 처음으로 속행된다. 2심 재판부는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망 이용 대가 문제를 치밀하게 살피기 위해 인터넷망의 기본 원리부터 계약, 연결 유형 등 세부 개념을 꼼꼼하게 정리하며 변론을 이어 가고 있다.
현재까지 재판에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을 연결하며 '무정산 합의'가 있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양사는 2018년까지 데이터공유지 개념인 미국 시애틀 인터넷트래픽 교환소(SIX)에서 데이터를 교환했다.
이후 양사는 안정적 데이터 전송을 위해 2018년 일본 도쿄에서 망을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데이터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전용회선을 마련했다. 이 같은 연결에 대해 넷플릭스는 상호 간 무정산 합의가 전제됐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SK브로드밴드는 폭증하는 데이터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계약을 미뤄 뒀을 뿐 망의 유상성에 의거해 정식계약을 체결하고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1심 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과 상법 등에 의거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을 유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패소했다. 망의 유상성 자체는 인정했지만 세부 금액과 계약 형태 등은 양사 간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봤다.
8차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재판부 인적 구성이 변동한 만큼 기존 쟁점을 다시 리뷰하는 자리를 갖고 추후 변론을 속개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망을 무상으로 이용하면서 취한 부당이득이 얼마인지를 구체적으로 정산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2심 결론은 연말이 돼야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CP와 통신사 간 망 공정 기여 문제가 세계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재판 과정에서 제기되는 데이터와 논거 자체가 세계 시장에 중대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ICT의 글로벌 시장 질서를 위해서라도 재판부가 결론을 가능한 한 빠르고 정확하게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