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검정고무신' 원작자 고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소송으로 법적분쟁에 휘말린 끝에 세상을 떠나자 정부가 뒤늦게 창작자 권리 보호 장치 강화에 나섰다.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법'으로 '문화산업 공정유통 및 상생협력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15개 분야 82종 표준계약서도 전면 재점검할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대책을 강화한다고 15일 밝혔다.
문체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작가가 계약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법률 지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져 원저작자임에도 자신의 저작물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제·개정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내용을 구체화하고, 제3자 계약 시 사전동의 의무 규정을 포함해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고시는 2023년 6월 예정이다.
만화 분야를 포함한 문체부 소관 15개 분야 82종 표준계약서 내용도 전반적으로 재점검한다. 창작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을 개선해 공정한 계약환경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지속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수시로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만화, 웹툰 분야 등 창작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저작권 교육도 연 80명에서 올해 500명으로 확대한다. '(가칭)알기 쉬운 저작권 계약사례 핵심 가이드'를 마련해 공정한 계약을 돕는다. 만화분야 불공정 상담창구 '만화인 헬프데스크' 운영 및 찾아가는 표준계약서 교육을 통해 불공정 계약을 미연에 방지해 나갈 계획이다.
창작자에게 불공정한 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두텁게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정상생센터의 신고접수를 위해 협력하는 협·단체를 현 13개에서 16개로 늘린다. 법률, 노무 등 컨설팅도 상시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당사자 간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 분쟁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이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콘텐츠 관련 국정과제인 장르별 공정환경 조성의 핵심 사항으로 '문화산업 공정유통 및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 국회 계류 중인 제정안이 올해 상반기 중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아울러 문화산업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 10가지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제재조치를 마련한다. 창·제작 및 유통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 문화산업 불공정 관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