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한국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The Best Partner for Game Korea)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내건 슬로건이다. 협회는 2004년 국내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 출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를 제고하고 진흥정책 마련에 앞장섰다. 스무살 성년을 한 해 앞둔 현재 한국 게임은 전체 문화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효자 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즐기는 대중적 여가 활동이자 문화예술의 한 범주로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은 물론이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협회 연혁의 절반에 이르는 8년이라는 기간에 선장 역할을 하며 여러 숙원을 해결해 왔다.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담은 협회 이름을 되찾고, 온라인 게임 월 결제 한도 해소 등 게임 관련 정부 규제 완화를 끌어냈다.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G-STAR)를 국제 게임 전시회라는 위상에 걸맞게 키웠다. 지난해 국회 문화콘텐츠포럼, 대한민국게임포럼과 함께 진행한 '게임문화예술 콘서트' 또한 큰 호응을 얻었다.
게임업계가 2025년까지 협회를 이끌어 갈 차기 선장으로 '강 회장 5연임'을 선택한 것도 그동안의 안정적 운영에 따른 공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폭넓게 쌓아 온 탄탄한 대외 관계 또한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오르내리는 동안 강 회장과 협회의 존재감이 다소 희미하게 느껴졌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강 회장은 지난 임기 동안 '자율규제 강화'를 핵심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입법 및 행정규제 이전에 기업 스스로가 규율하는 자발적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 역시 게임사 스스로 자정 활동과 자율규제를 펼쳐 왔지만 이용자 눈높이를 맞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죽하면 이용자가 나서서 게임 규제를 담은 게임법 개정을 바라게 됐을까. 다소 미흡하게 느껴진 협회의 활동과 대응이 아쉽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올해도 국내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을 비롯해 플레이투언(P2E) 게임 이슈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등 핵심 현안이 산적해 있다. 대처에 따라 국내 게임 시장 생태계는 물론 잠재력이 큰 유망 신작의 해외 진출 기회까지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는 '글로벌'과 '콘솔'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할 준비를 마쳤다. 협회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K-게임'이 세계를 무대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경선 레이스를 거쳐 사상 초유의 5연임에 오른 강 회장에게도 더욱 적극적인 행보가 요구된다. 국내 게임산업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이자 대변자로서 한 걸음 더 가까운 곳에서, 더 큰 목소리로,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