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이 이번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복수의결권이 1주 1의결권을 규정한 상법 원칙에 위배된다는 일부 의원 반발 때문이다. 최초 발의 이후 3년, 상임위 통과 이후에도 1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안됐다.
국회 법사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복수의결권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다음 전체회의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게 1주당 10개 이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이 '총선 2호 공약'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정부·여당은 복수의결권 도입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있다.
복수의결권이 1년여 만에 열린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일부 의원의 강한 반발때문이다. 1주 1의결권이라는 상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해당 법안을 상법상 대원칙의 예외로 하는 것이 맞는지를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제2소위로 회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 한 번 더 계류해 헌법 적합성을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전체회의에 계류하거나 2소위로 보내 다른 상법 개정안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논의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다수 법사위원들이 복수의결권 도입은 정책적 결정에 맡겨야 하는 사안으로 본회의로 보낼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 다시 한 번 논의를 거치게 됐다.
벤처업계에서는 그간 시민단체 일각에서 제기하던 부작용 우려가 해소된 것을 그나마 성과로 꼽았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복수의결권은 지분 희석없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적 제도”라면서 “이미 많은 논의를 통해 부작용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법사위에서 제도의 발목을 잡는 것은 혁신을 포기한 처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국회 법사위는 조정훈 의원의 주장대로 상법과 형평성, 헌법상 투자자 재산권행사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등을 살펴 재차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김도읍 국회 법사위원장은 “결론은 상법 원칙과의 상충, 혹시나 모를 투자자 피해 우려 등으로 압축됐다”면서 “다음 회의에서 반드시 결론을 내자”고 밝혔다.
다만 이달 중 다음 전체회의가 개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3월 국회에서 법사위 전체회의가 다시 열릴 것으로 보고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