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직업상 인터뷰를 자주 한다. 사실 취재 과정 대부분은 질문과 답변이다.
이 과정에서 깨닫는 것은 좋은 답변을 얻으려면 좋은 질문이 필수이며, 이를 위한 준비가 충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끔은 '우문현답'처럼 생각지도 못한 좋은 답변을 듣는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된 답을 얻어내려면 묻는 사람 역시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챗GPT와의 대화는 기자에게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기자가 물어보는 질문에 챗GPT가 내놓는 대답 수준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실수도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챗GPT를 교육에 활용했을 때 창의적 학습 능력을 기르기 어렵고 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챗GPT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도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법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챗GPT는 스스로 부작용을 막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교사의) △적절한 가이드와 피드백 제공 △다양한 학습자원 활용 △챗GPT 사용 시간 제한 △학생에게 창의적 학습 과제 제공 등 상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 정도 답변이라면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어떤 에세이에 기본 목차나 구성에 활용해도 괜찮아 보이는 재료다.
챗GPT가 잘못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스스로 검색하거나 출처를 확인하지 않으면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영어 대비 학습 데이터가 훨씬 적은 한국어에선 틀리거나 어긋난 대답을 하는 사례가 더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것이 챗GPT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되거나 기술 자체의 한계가 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챗GPT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의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챗GPT는 방대한 자연어를 기반으로 해서 사실상 일상에서 처음 제대로 만나는 AI에 가깝다. 다음에 만나는 것은 더 발전된 챗GPT 또는 정교하게 동작하는 로봇이 될 수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한다 해서 기술 발전 자체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암기 위주 교육 방식으로 정답을 빨리 찾는 인재를 최고라고 생각해서 평가했고, 그런 교육과 평가방식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제한된 시간에 정답을 잘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인재를 길러 왔다. 그걸 마치 사람처럼 잘하는 AI가 나온 것이다.
챗GPT를 바라보는 교육계의 우려는 숙제 대필이나 표절에 그칠 것이 아니다. 경직된 교육방식과 평가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답은 이미 AI가 더 잘 찾을 수 있다.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것도 AI가 더 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챗GPT는 교육과정에 답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 자체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