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전기차 보조금 발표 앞당기자

해마다 1월이 되면 전기차 판매 대수가 급감한다.

올해 1월 전기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는 998대에 머무르며 전달보다 88.4% 줄었다. 전기차가 없어서 못 파는 시대에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바로 구매 보조금 때문이다. 보조금 혜택이 없는 고가의 수입 전기차를 제외하면 1월 국산 전기차 등의 판매는 사실상 0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1월에 확정돼 2월부터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국고 보조금을 확정한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공고를 내야 보조금을 접수할 수 있다.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 역시 1월에 구매를 미뤘다가 보조금이 확정되는 2월이나 3월부터 실제 계약에 나선다.

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깊다. 지난해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연말까지 보조금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약 2개월 미뤄진 올해 2월이 돼서야 2023년 보조금 개편안을 내놨다.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2022년 1월 19일, 2021년 지침은 그해 1월 21일 발표됐다.

애초 환경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마련해 왔고, 업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새 개편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2일에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 개편안을 상정하겠다고 언론에 알리기까지 했지만 상정 하루 전에 돌연 연기했다. 이해관계자와의 협의가 더 필요했다는 이유였다.

물론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전기차 보조금 규모나 지급 시점에 대한 부처의 신중한 입장도 이해된다. 내수 시장에서 수입 전기차가 점유율을 높여 가는 상황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자국중심주의로 돌아선 통상 환경이 맞물리며 셈법도 복잡해졌다.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 개편은 환경부가 매년 해 온 주요 업무의 하나다. 개편안 발표가 늦어질수록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는 자동차 업계와 오랜 기간 차량 구매를 기다려 온 소비자의 피해 및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매해 연말까지 개편안을 앞당기고 이듬해 1월부터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한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는 연초에도 고른 생산과 판매가 가능해지고, 소비자 편익 역시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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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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