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블프도 효과 無" 국내 가전 시장 3년 만에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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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가전 시장이 3년 만에 역성장했다. 코로나 특수가 사라진 데다 경기침체에 따른 가전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가전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 역시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하며 월드컵·블랙프라이데이(블프) 효과도 무색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수요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전 업계의 고민이 깊다.

1일 국가통계포털(KOSIS) 상품군별 판매액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 품목의 경상금액(매출)은 30조4865억원으로 2021년 대비 4.9% 감소했다. 국내 가전 시장이 뒷걸음질한 것은 2019년(-0.84%)에 이어 3년 만이자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두 번째다.

가전시장의 역성장은 지난해 초부터 예견됐다. 2021년 하반기부터 코로나 특수가 시들해지면서 국내 가전시장도 피크아웃(정점에 이른 뒤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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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가전 유통점에서 고객이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등을 보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가전 수요의 하향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물가가 요동치기 시작한 지난해 2분기 들어 가시화됐다. 지난해 1분기 국내 가전시장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9% 성장에 그쳤다. 이후 2분기(-3.8%), 3분기(-4.4%), 4분기(-11.8%)까지 내리 3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가전 품목 매출 집계를 시작한 이래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가전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에도 수요 둔화를 되돌리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하반기부터 이사·혼수 시즌이 시작되는 데다 연말 가전·유통사의 마케팅이 집중된다. 이에 더해 지난해 4분기는 2022 카타르 월드컵과 블프 등 대형 유통 이벤트가 겹쳐 수요 반등 기회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같은 복합 반등 요소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4분기에도 두 자릿수 하락세가 이어졌다. 가전과 함께 수요 둔화에 처한 통신·컴퓨터 기기 역시 지난해 시장 집계 이래 가장 낮은 18조원대(18조8673억원)까지 떨어지며 동반 부진의 늪에 빠졌다.

가전 업계는 올해도 가전 수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2022년 4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상반기까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성장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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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가전 유통점에서 고객이 온수 매트를 살펴보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업계는 재고관리와 함께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신규 품목 판매로 새로운 매출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LG 등 대형 가전사가 인피니트 라인, 오브제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화질·대화면 TV 판매에 집중하는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의류·신발관리기, 타워형 공기청정 시스템 등 새로운 품목을 추가하는 등 신시장 개척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시장은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당분간 수요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가 둔화되고 정보기술(IT) 기기와 소형가전 중심으로 수요가 조금씩 되살아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전 및 통신·컴퓨터 기기 연도별 경상금액(자료:국가통계포털, 단위:억원)

"월드컵·블프도 효과 無" 국내 가전 시장 3년 만에 역성장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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