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빅테크·핀테크 대출중개 플랫폼 이용 딜레마에 빠졌다. 은행보다 최대 5배에 달하는 수수료 부담이 크지만 대출중개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 유입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업계는 현실적인 수수료 책정으로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중단했던 빅테크·핀테크 대출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자산이 17조원에 달한다. 이는 업계 1위 규모다.
SBI저축은행이 빅테크·핀테크 대출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재개한 것은 이들 플랫폼을 이용한 고객 유입이 대출 모집인이나 자사 플랫폼보다 많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이들 빅테크·핀테크 대출중개 플랫폼에서 유입되는 대출이 전체 최소 50%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빅테크·핀테크 대출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올해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 주요 대출중개 플랫폼 채널을 모두 재개했다”면서 “이들 플랫폼에서 유입되는 대출 규모가 상당해 수수료 부담에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SBI저축은행과 대출중개 플랫폼 참여를 중단한 다른 저축은행은 여전히 불참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대출중개 플랫폼이 단순 금융사와 고객을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만을 하는 원가비용이 1·2금융 모두 유사한데 제2금융권에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법정 최고금리 인하, 대출총량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해 여력도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중개 플랫폼의 과도한 요구에 대한 현실적인 수수료 책정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빅테크·핀테크에서만 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완전 대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금융당국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이후 당국 판단에 따라 불가피하다면 대출중개 플랫폼을 공모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일단 금융당국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 결정에 따라 향후 중앙회 차원에서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