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우리는 AI로봇 시대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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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

국내 자동차회사가 인수한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애틀러스(Atlas)는 두 팔과 두 다리가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걷다가 공중제비를 하는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다.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테슬라 제조 라인에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한다고 선언하고 로봇 기능을 일부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질병진단용 슈퍼컴 기반의 IBM 왓슨(Watson) AI 플랫폼이 국내 병원에 도입됐고, 구글 알파고는 바둑 대결로 세계적 AI 선풍을 일으켰다. 로봇과 AI 그리고 그 합체인 AI로봇의 실체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은 자신의 복제품인 로봇을 긴 세월 상상하며 만들다가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로봇이 인간을 닮은 건 숙명적이다. 물론 필자는 마이크로로봇을 연구하다 보니 사람 대신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가 나오는 건 생체 모방 관점에서 또다른 방향이지만 결국 앞 도식처럼 인간과 로봇은 유사성을 그 기본 속성으로 한다. 인간의 팔다리와 감각기관, 두뇌까지. 인간의 두뇌는 인간지능(HI; Human Intelligence)이라 하고 로봇의 두뇌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된다.

결국 AI로봇은 로봇과 같은 말이며, 단지 AI가 강조됐을 뿐이다. 사람을 넘어 모든 동물에게 지능이 있듯이 모든 로봇에도 지능이 있다. 그럼 지능 기준은 뭘까. 합의된 공식 사항은 아니지만 우리는 당연히 인간 두뇌를 기준으로 보게 될 것이다.

요약하면 모든 로봇에 두뇌가 있듯이 AI가 있다. 다만 지능의 높고 낮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AI로봇을 인간지능, 즉 HI 수준을 직관적인 기준으로 보게 되기 때문에 이 시론도 이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한국인의 평균 지능지수가 106이면 AI로봇도 100을 넘어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단순한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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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기능이 뛰어난 보스턴 다이나믹스사의 아틀라스(Atlas).

몇 가지 공인된 정의를 살펴본다. 국제표준기구 정의에 따르면 로봇은 의도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그 환경 아래 움직이면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에 따라 2개 이상 축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작동 기구다. 그리고 지능형 로봇은 환경을 감지하거나 외부 자원과 상호작용하거나 행동을 조정해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체를 잡고 배치하기 위해 비전센서가 있는 산업용로봇, 충돌 회피 기능이 있는 이동로봇, 고르지 않은 지면을 걷는 다리형 로봇 등의 정의는 현 기술 수준에서 보면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오히려 개정 필요성까지 있는 것 같다.

2008년 한국은 세계 최초로 로봇법을 제정했다. 공식 명칭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이다. 지능형로봇과 실외이동로봇을 주 대상으로 한다. 법에서는 '지능형로봇'이란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지능형로봇은 AI로봇과 같은 뜻으로 볼 수 있다. 2017년 유럽의회에서는 로봇과 AI에 대한 민법 규정 요청이 있었다. 대상은 로봇과 AI, 자율주행차, 원격조종 항공기(드론 포함), 가장 정교한 자율로봇을 '전자인간'으로 명명하고 있다.

국제표준에 의한 로봇 범위는 일반적인 관점과 조금 다르다. 소프트웨어(SW), AI, 원격제어 드론, 무인운반로봇, 자율주행차, 현금입출기, 세탁기 등은 로봇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포함하고자 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애틀러스나 혼다의 아시모(Asimo) 등은 운동의 유연성은 뛰어나지만 인간과의 교감을 위한 AI 기능은 거의 무시돼 여기서는 논외로 하며, 머스크가 공언한 테슬라봇(Teslabot)은 흥미로운 논쟁을 일으킨다. 유연성이 큰 휴머노이드로봇 형태에 인간과 유사한 AI를 탑재해 생산라인에 적용한다는 개념은 특성 자체가 서로 충돌하게 된다. 최대의 하드웨어(HW) 유연성(휴머노이드), 최대의 SW 유연성(AI)은 생산 라인의 핵심 특징인 높은 생산성 및 고품질과는 반대 개념이다. 결국엔 생산성을 고려해 제한된 HW와 AI 기능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HW로 인한 고투자비용, 불필요한 SW의 유연성에 따른 낮은 생산 속도, 복잡한 기구부로 말미암은 낮은 품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AI와 컴퓨터 SW의 AI는 동일하기 때문에 여기서 논할 필요가 있다. IBM 왓슨의 질병진단 AI 어드바이저(Advisor)와 구글 알파고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에서 다뤘지만 여기서 인용할 필요가 있는 내용은 '제한된 환경에 국한해서 개발되어 확장성이 떨어지고 실질적 제품성이나 서비스가 취약'하다는 지적은 AI로봇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거대한 신산업으로 보고 그동안 뜨거운 투자와 경쟁 분야였던 자율주행차도 직관적으로는 AI로봇으로 볼 수 있으며, 동일한 관점을 적용할 수 있다. 자동차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해서 주변 환경 인식의 정밀도 확보 단계를 넘어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통한 AI 기능의 고도화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 또 단순 차량을 넘어 5세대(5G), 사물인터넷(IoT) 등 고속통신 인프라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긴 시간과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AI로봇에서 눈에 보이는 로봇기구부 같은 HW와 달리 AI 기능의 고지능화는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며, 끝임없는 개선작업이 SW와 AI 특성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로봇 분야에서 무인운반로봇(AGV)도 오랫동안 발전해 온 분야다. 지금은 자율이동로봇(AMR)이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언뜻 보면 간단한 로봇 같은데 유연성과 신뢰성 향상에 30년 이상이 소요됐다. 필자가 몇 년 전 강원도 속초에 있는 물회집에 식사하러 갔는데 일하는 종업원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는 로봇을 잡기도 하고 함께 어울려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드디어 됐다는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국제로봇연맹의 AI로봇 백서에서도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하고 있다. AI로봇에서 AI라는 용어는 무제한적인 자율시스템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준다. 로봇은 사람처럼 배우지 않는다. 로봇은 프로그래머가 설정한 목표에 기반한 파라미터를 조정하게 된다. 상업용로봇은 특히 엄격한 안전 기준을 따라야만 하기 때문에 로봇 자율운동에 관여하는 파라미터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한다.

영화나 공상과학에 나오는 AI로봇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수 있는 가상 개념인 '인공 일반지능'(AGI)을 말할 뿐이다. 이는 현재도 불가능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불가능하다.

인간의 뇌처럼 학습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하는 초거대(super-Giant) AI 연구에 1조원 투자 등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AI로봇에 이러한 연구가 접목돼야 한 단계 진전될 수 있다고 본다.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 jop@kimiro.re.kr

〈필자〉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은 우리나라 마이크로의료로봇 산업을 이끄는 세계적인 전문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과정 수료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에서 로봇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프라운호퍼연구소에서 로봇 응용연구를 했다. 귀국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장기대형국책사업을 수행하는 21세기프론티어사업단의 단장으로서 우리나라 마이크로로봇분야를 개척했다. 전남대 교수를 거쳐 독립연구재단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을 설립해 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집행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