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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3년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함께 도매 대가 인하율을 발표했다. 정부는 매년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할 수 있도록 SK텔레콤과 도매 대가 협상을 하고 있다. 특히 중소사업자 위주인 알뜰폰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요금제를 낮게 책정하도록 유도한다. 협상을 통해 SK텔레콤은 롱텀에벌루션(LTE),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40~60% 가격에 알뜰폰에 도매로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 인하율이 정해지면 KT와 LG유플러스도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한다.

정부 정책은 알뜰폰 가입자 선택권 확대와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한 측면이 분명하다. 알뜰폰의 양적 성장을 위한 보호장치 역할이다. 다만 알뜰폰 상품이 이통사 요금제를 할인해서 제공하는 형태로만 획일화됐다는 한계도 있다. 알뜰폰 사업자가 도매 대가에 의지하면서 자체적인 혁신과 차별화를 이루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통 자회사 쏠림 현상과 중소 알뜰폰의 영세화 등 질적 성장 측면에선 아쉬운 측면도 많다. 이통 자회사와 중소 사업자 간 매출도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져 왔다.

알뜰폰 위상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알뜰폰 초기 시장에는 저가 휴대폰 이용자 또는 단기 체류 외국인이 선호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LTE와 5G 요금제 출시로 이어지며 이통사와 유사한 서비스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제는 MZ세대의 합리적인 소비를 대변하는 상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알뜰폰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1년 도매제공 의무제도 시행 당시 32만명에 불과하던 알뜰폰 가입자는 10년 동안 3000% 이상 증가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가입자는 1200만명을 넘어섰다. 시장이 성장한 만큼 이통 자회사, 대기업 위주 성장에서 중소 사업자 주도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마케팅 경쟁에 대한 제어장치도 필요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알뜰폰이 정부 지원책에 의존하기보다 차별화한 고유 가치를 확보해 나가는 게 급선무다.


알뜰폰이 자체 요금제를 설계하도록 실질적 데이터 대량 구매 상품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통사는 데이터 대량 구매할인 도매상품을 제공하지만 데이터 추가할인 용도로만 주로 활용돼 왔다. 알뜰폰이 이통시장을 위협하는 진정한 '메기'로 성장할 수 있는 후속 대책도 필요하다. 일률적인 도매 대가 규제를 넘어설 방안 정도는 사업자도 고민해야 한다. 일본 라쿠텐, 영국 버진모바일같이 혁신형 서비스 모델로 전통 이통사를 위협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