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문제로 좌절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리고 왜 그렇게 느끼게 됐는지 생각하고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실행해본 경험도 있는가.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성공적으로 사용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공지능(AI)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최근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만의 능력으로 메타인지가 떠오르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지금, 메타인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면 좋을지 혁신적인 문제 해결 방식으로 알려진 디자인 싱킹과 함께 살펴보자.
메타인지는 1976년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 교수에 의해 처음 소개된 개념으로 '생각에 대한 생각', 즉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발견하고 통제하고 판단하는 총체적인 정신 작용을 의미한다. 사전적으로 이 개념은 메타(Meta)라고 하는 단어에서부터 출발한다. 메타는 그리스어로 '~를 넘어서' '초월한' '~와 함께'라는 뜻으로 철학의 한 분야인 인식론에서는 '~에 대해서'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기에 심리학에서 자주 활용되는 인지(Cognition)라는 단어와 결합해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을 넘어서는 상위개념의 지식'이라는 의미로 주로 활용된다.
메타인지의 개념은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잘 알려진 소크라테스부터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앎이다'라고 한 공자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무지함을 일깨우기 위한 사고의 방향에서 '생각의 기술'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하게 연구됐다.
그 중 최근 인지심리학자 리사 손 교수는 학습의 관점에서 메타인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써 '자기 평가 능력'과 '자기 조절 능력'을 손꼽는다.
첫 번째 자기 평가 능력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지각하는 능력으로 사고 과정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적이거나 완벽하다고 보장되지는 않지만 즉각적인 목표에 대하여 충분히 실용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문제 해결 또는 발견 방식인 '휴리스틱', 즉 직관적 사고와도 그 흐름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휴리스틱은 고대 그리스어로 '찾아내다' '발견하다'는 의미로 시행착오와 같이 유사한 문제에 대하여 이전의 경험에서 파생된 발견을 통해 실용적인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방식이다. 따라서 모호하고 불확실한 문제에 대해 불투명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사용자 관점에서 깊이 공감하는 관점을 취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종합하고 △그 종합을 훌륭한 아이디어로 변환하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물리적 프로토타입으로 변환하고 △다시 공감적으로 참여하는 테스트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는 디자인 싱킹의 방식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에서 메타인지의 자기 평가 능력은 복잡하고 명확하지는 않은 가운데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창의적으로 더 나은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디자인 싱킹 과정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자기 조절 능력은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며 전체 사고의 과정을 조절하는 것을 뜻한다. 즉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다학제간 연구에 따르면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공감적 사고, 시스템 사고 등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한 사고방식들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 단순한 메타인지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다양한 아이디어 사이에서 구별하고 △아이디어를 부분과 전체의 체계로 조직화하며 △아이디어 간 관계를 식별하고 △모든 아이디어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앞선 휴리스틱 과정과 연결해 사용자 관점과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문제를 새롭게 재정의하고 이를 기능과 가치의 개선으로 변환해가는데 실질적 도움을 준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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