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에너지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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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국가적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즈 발대식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무릎 베개를 들고 에너지 다이어트10을 실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직원 대부분은 점퍼를 입고 근무하지만 차가워진 손가락으로는 키보드를 치기 어렵습니다. 조명도 무작위로 절반 정도 소등하니 문서를 보기에도 어렵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 공공기관 직원의 말이다. 산업부가 지난 10월부터 공공기관 '에너지 다이어트'를 실시하면서 부쩍 온도가 내려간 실내 사무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단열이 취약한 건물에서는 그 여파가 크다고 한다. 산업부는 올해 실내 온도를 17도로 제한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정책을 동원했다.

올겨울의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 정책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가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은 비상 상황이다. 독일은 올겨울에 대비해 공공기관 온수 공급을 중단했고, 슬로바키아는 샤워를 2분 안에 끝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화석연료 수입으로 연일 무역적자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강력한 에너지 절약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과도한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바꾸기 위한 장기적인 에너지 효율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면서도 손꼽히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한국에너지공단의 '2020 신재생에너지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총생산(GDP) 세계 14위인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 공급량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이 가운데 석유·전력 소비는 각 7위 수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상시적인 에너지 위기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다소비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전기요금 현실화로 가격 신호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요 절감 방법이다. 당장 이달 한국전력공사와 정부가 나설 내년도 전기요금 협상이 시험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 혁신 기술 개발을 유도할 제도도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법제화가 대표 사례다. EERS는 에너지 공급자에 에너지 판매량(GWh)과 비례해 에너지 절감 목표를 부여하고 효율성 향상 투자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산업부는 2018년부터 EERS 시범사업을 추진했지만 법제화는 계속 미뤄 왔다. 이번에야말로 관련 법을 개정, 장기적으로 에너지 효율 정책을 추진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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