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대위가 추진 중인 국민의힘 당무감사에 대한 당내 여론이 싸늘하다. 원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하거나, 말거나” 등 평가가 나온다.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시기가 부적절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중 당무감사위원회를 구성과 함께 감사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조직 재정비 작업에 착수한다. 앞서 14일 이성호 전 국가인권위원장을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2년 6개월여만에 가동하는 당무감사지만 당내 기류는 명분이 없다는 분위기다. 감사에 대한 당내 냉정한 평가는 “안 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할 이유도 없다”다. 무엇보다 내년에 있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지역 당협 재정비와 함께 당무감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굳이 이 시점에 먼저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차기 당권 주자고 꼽히는 안철수 의원도 연일 이 지점에서 공격하고 있다. 안 의원은 “총선 직전 바로 당무감사를 해서 적합한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당의 관행이다. (당무감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시기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우려가 많다”며 지금 당무감사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전당대회 이전 친윤(親尹)계 세력 결집 사전작업을 위한 정 비대위원장의 과도한 윤심(尹心) 챙기기라는 노골적인 평가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비윤(非尹)계 당권주자들을 후방지원하는 당협위원장들로 교체해, 전당대회에서 윤심이 반영된 인물을 당 대표로 앉히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역 당협위원장 재공모를 실시한 것도 비윤계 솎아내기 일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당무감사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우려한다. 현역 의원들이야 이번 감사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낮지만, 원외 당협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당내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권교체로 내후년 총선에서 당선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교체는 민감한 문제다. 차기 지도부가 출범할 경우 다시 할지도 모를 조직 재정비 작업을 굳이 지금 비대위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전당대회에 앞서 일부 당협 조정으로 친윤계 세력을 결집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진짜 의중인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비대위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당무감사를 벌이면서 정작 선거에 고생했던 원외 당협위원장만 고통받는 상황이 됐다”라며 “어차피 차기 지도부가 같은 일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며, 비대위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부분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