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은 망 이용대가와 무관"···미·유럽 사례 분석하니

라성현 KISDI 연구위원 보고서
망 이용대가 지급 여부는 CP와 통신사간 협상력에 좌우
SKB와 접속 방식 같은 컴캐스트, 미국서 넷플릭스에 사용료 받아
망 중립성 규제 도입한 EU서도 망 이용대가와 관계는 명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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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차별적 전송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 원칙과 망 이용대가는 무관하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망 이용대가는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간 협상력에 좌우될 뿐이며 넷플릭스도 미국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유사한 형태의 연결에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중 예정된 국회 망 무임승차방지법 공청회를 앞두고 주요 근거자료가 될지 주목된다.

라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KISDI 퍼스펙티브-망 사용료는 망 중립성 위반인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넷플릭스에 대한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망 이용대가) 지급 요구가 망 중립성 위반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전제했다.

보고서는 망 중립성에 대해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내용, 유형, 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정의했다. 망중립성 원칙에 따라 통신사에는 트래픽 관리와 관련해 급행료 금지와 같은 의무가 부과된다.

망 중립성 규율 정도는 한국, EU, 미국이 각각 달랐다. 한국은 망 중립성을 법제화하지 않았으며 가이드라인과 규범 형태로 다룬다. 망 이용대가와 망 중립성의 관계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 법원은 망 이용대가는 통신사와 CP간 망 이용계약형태에 대한 문제로 망 중립성과는 무관하다고 명시했다.

EU는 2015년 회원국 모두에 적용되는 규칙(Regulation)의 형태로 망 중립성 규제를 도입했지만 망 이용대가와 관계 문제는 명시하지 않았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망 중립성 규제 복원을 시도하고 있으며 망 이용대가도 일부 망 중립성과 연관지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망 중립성 주창자인 팀 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용자-통신사1-통신사2-CP' 연결 관계에서 CP가 통신사2에 한 번 회선 사용료를 지불하면 통신사1이 CP에게 망 이용대가를 요구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CP가 간접연결하는 통신사에까지 모두 비용을 지불하면 인터넷 비용이 과도해져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데이터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컴캐스트와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 망에 동일한 형태로 직접 접속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망 중립성과 무관하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며 실제 넷플릭스는 미국에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라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라 연구위원은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는 비용을 지불하고, SK브로드밴드에게는 거부하는 것은 초고속인터넷과 콘텐츠 시장의 경쟁상황 차이 등에 기인한 협상력 차이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이 지켜지고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KISDI는 보고서에 대해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력 국책연구기관 전문가와 대학교수,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망 중립성과 망 이용대가가 무관하다는 주장이 속속 늘고 있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국회 망 무임승차 방지법 공청회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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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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