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전기차 위탁생산 추진…"빅테크 기업과 손잡나"

대만 폭스콘이 전기차 위탁생산을 추진하면서 소프트웨어(SW) 역량을 바탕으로 완성차 시장에 도전하는 빅테크 기업이 폭스콘 생산 능력을 활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31일 '전기차 위탁생산에 발 딛는 폭스콘'이란 제목의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전자제품 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 폭스콘이 자동차 산업 전면에 등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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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이 선보인 전기차 프로토타입.

폭스콘은 2020년 자회사 설립 이후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연이어 공개하며 완성차 생산 역량을 대내외에 알렸다. 작년 10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세단, 버스 등 배터리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고 완성차 생산 역량을 과시했다.

폭스콘은 글로벌 생산 거점을 늘리는 동시에 개방형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5월 전기차 위탁 생산을 위해 미국 오하이오주 완성차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6월 대만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도 생산시설 확보를 추진 중이다. 모듈러 설계에 초점을 둔 전기차 플랫폼 'MIH'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한자연은 폭스콘이 자체 브랜드 완성차보다는 위탁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했다. 폭스콘은 양산과 공급망 관리에 강점을 보유한 기업이다. 컴퓨터와 통신, 전자제품의 연간 공급량이 약 56억개에 달할 정도로 양산에 능숙하다. 전 세계 24개국에서 현지 생산과 관련한 공급망을 관리하는 점도 주목된다.

한자연은 폭스콘이 전체 전기차 생산의 5%인 105만대를 생산하더라도 전통 완성차 업체들과 규모의 경제에 따른 제조원가 우위를 확보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 완성차 업계의 2025년 전기차 생산량 목표는 대부분 100만대를 초과한다.

폭스콘의 유력 고객사는 위탁 생산을 통해서도 충분한 이익률이 보장되는 프리미엄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빅테크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자연은 애플이 폭스콘에 전기차 위탁 생산을 맡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애플은 자사 고유 제품 설계와 생태계를 선호하기 때문에 폭스콘에 제품 주도권을 줄 가능성이 낮다.

이호중 한자연 책임연구원은 “주요국이 자국 경제권 내 차 생산을 유도하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생산 현지화에 따른 투자 리스크가 있는 일부 완성차 기업도 폭스콘에 주목할 수 있다”면서 “차별화를 중시하는 기업들이 폭스콘 전략에 얼마나 동조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