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사용후핵연료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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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순천향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교수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자력계 가장 큰 숙제이며,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른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며, 궁극적으로는 처분장을 확보해 최종처분을 대비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1997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직접 처분과 함께 사용후핵연료 처분 부담 저감을 위한 대안 기술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을 추진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함께 파이로프로세싱 한·미 공동연구를 마무리하고 국내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 및 실증을 추진하기 위한 대미 협의를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사용후핵연료 직접 처분은 안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일환으로 2021년부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지층 처분기술 개발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2030년 이후 지하 연구시설을 활용한 실증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고준위방사성폐기물과 관련하여 김성환 의원(2021. 9. 19)과 김영식 의원(2022. 8. 30)에 이어 이인선 의원(2022. 8. 31)이 특별법을 대표로 발의해 현재 세 개 특별법이 발의된 상태다. 일견 이제부터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국가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있어서 이 부분이 시정돼야만 한다.

김영식 의원 특별법은 원자력학회, 원자력기관 등 원자력계 수많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발의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부터 처분장 확보 및 시설 운영에 대한 내용과 명확한 추진 일정을 제시한 것이다. 김성환 의원과 이인선 의원 특별법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이 없었고,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원자력안전법 제2조 제18호에 따라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폐기하기로 한 사용후핵연료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포함되는데, 아직 사용후핵연료를 그대로 폐기할지 자원으로 재사용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김성환, 이인선 의원 특별법안은 폐기하기로 결정되지 않은 대상을 다루는 법안이 돼 관리 공백이 발생한다. 게다가 중간 저장시설 정의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기 전까지 저장하기 위한 시설'로 정의해, 폐기를 결정하지 않은 사용후핵연료는 중간 저장이 불가능하게 된다.

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저장과 처분으로만 한정하여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접근에서 비롯된 심각한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연구 현장을 직접 방문해 기술개발 필요성을 확인했고,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파이로프로세싱을 구체적인 추진방안은커녕 법안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은 심각한 국정 난맥상으로 보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국가정책을 결정하지 않았다. 이는 관련 기술 발전을 수용하며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하고 안전한 관리 방법을 적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며, 국민 안전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기도 하다. 산업부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직접 처분을 기반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현재 가용할 방안을 준비해야 하는 부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법안은 다른 것이다. 법안은 투명하고 일관된 행정을 위한 절차 등을 담아야 하지만, 미래세대에 미칠 영향도 숙고해야 마땅하며, 기술 진보를 저해하거나 막아서도 안 된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수립된 계획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 부합되도록 더 늦기 전에 살펴보고 바로잡아야 한다.

박병기 순천향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교수 byunggi@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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