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빅데이터 시대의 데이터 패권주의, 그리고 공간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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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부산대 교수

누가 뭐래도 이제는 데이터 시대다.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마치 1970∼1980년대에 원유를 확보하는 것 같이, 아니면 그보다 더 중요하게 됐다. 좋은 데이터 확보는 인공지능(AI), 나아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성패를 결정한다. 그러나 지난 시절 우리나라에 원유가 나오는 유전이 없었듯이 지금도 구글·메타나 아마존과 같은 세계적 빅데이터 기업은 없다. 무서운 속도로 AI와 빅데이터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과 같이 15억 인구로부터 수집되는 빅데이터도 없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지배력 확보가 단순히 경제 문제를 넘어 세계 정치 질서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면 조만간 데이터 독점을 위한 AI 기술 지배력 확보는 더 광범위하게 세계 경제 및 정치 질서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를 선도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기술 투자를 하고 생산 경쟁력에 투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데이터 경쟁력 확보는 지금의 시장 지배질서로 도저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빅데이터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데이터 패권 경쟁으로 부딪친다면 여파는 우리나라 같은 데이터 소국에 큰 어려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조짐이 벌써 시작돼 미국이 데이터 주권과 데이터 안보를 국가 차원에서 전략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나라 IT 경쟁력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다. 토마스 프리드만이 주장하는 평평한 세상은 점점 공허한 표현이 되고 있다. 정부의 기술정책은 이 지점을 분명하게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 패권 경쟁에 소외되지 않을 제3의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모든 데이터가 다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이터는 더욱더 중요하다. 공간정보가 그러한 역할을 한다. 실세계의 물리적 현상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까지도 공간적 특징을 가진다. 공간적 특징을 통하여 실세계와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데이터를 연계하고 통합할 수 있다. 우리가 공간정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 빅데이터는 공간정보 틀 안에서 연계된다.

예를 들어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메타버스에서 3차원 공간모델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가 비록 국토는 작지만 IT로 창조되는 가상 세계에서는 무한한 국토를 가질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뿐만 아니라 곧 서비스가 시작될 자율주행 드론도 3차원 공간정보를 통해 가능하다.

공간정보 분야에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오픈스트리트맵이라는 데이터 패권에 맞서는 중요한 성공 사례다. 기존 상업적인 어떤 지도서비스보다 광범위하고, 정확도가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전 세계 일반인,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구축하고 관리하는 오픈스트리트맵은 이제 인류의 우수한 자산이 됐다. 오픈스트리트맵과 같은 개방형 기술은 21세기에 들어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례는 앞에서 지적한 데이터 패권에 대항해 우리나라가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공간정보를 이용해 연계된 데이터를 어느 국가나 기업 또는 단체가 독점하지 않고 인류가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체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앞으로 있을 데이터 패권에 대항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IT는 이제 세계 변방이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할 수준으로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11월 2일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스마트국토엑스포는 관계 전문가와 시민, 해외의 장관·관료들,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 관계자 등 1만여명이 참가하는 세계적 규모의 공간정보 분야 행사로 성장했다. 단순한 국내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세계 어젠다를 제시하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세계 공간정보 기술을 주도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데이터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개방형 체계를 공간정보 중심으로 풀어 가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주도하는 출발점이 우리나라가 되기를 원하고, 또 스마트국토엑스포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기준 부산대 정보컴퓨터공학부 교수 lik@pn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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