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인] 글로벌기업이 '공짜' 망 쓰겠다는데... 손놓은 국회

망 무임승차 방지 법안 7개 발의
일부 의원 '구글 입장' 대변 논리
정부도 명확한 입장 없어
일반 이용자 요금 인상 불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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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관계자가 국회 일대에서 통신망을 점검하고 있다.

통신사가 망 이용 대가 여론 전면전에 뛰어든 것은 구글 및 넷플릭스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토대로 '공짜' 망을 사용하겠다며 여론전을 펼치는 데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인프라 이용에 대한 비용 청구라는 명확한 논리로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는 한편 더 이상은 끌려가지 않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정책을 담당하는 국회와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망 무임승차방지법 반대 서명운동에 25만명이 동참하는 등 망 이용 대가 논란은 기존 기업거래(B2B) 이슈에서 국민 관심사로 떠올랐다.

구글과 오픈넷은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면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부담이 증가해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무료로 호스트할 수가 없게 되고, 사실상 인터넷 종량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망 이용 대가 부과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을 전면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CP는 일반 이용자와 동일하게 세계적인 인터넷 연결성을 제공받기 위해 통신사를 '이용'하는 사업자로서 이용약관에 따른 요금 부과 대상이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한국의 인프라에 직접 연결했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사업자로서 유상 인프라 이용에 대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실제 한국에 서버를 구축하거나 콘텐츠전송네트워크사업자(CDN)를 이용해서 간접연결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통신사에 어떤 형태로든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한국의 통신망에 연결된 글로벌CP가 모두 망 이용 대가를 거부한다면 통신사는 네트워크 유지·보수를 위한 재원 마련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오히려 일반 이용자에 대한 통신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한국 통신사 1Gbps급 기준 기가인터넷요금은 월 4만원 수준(결합시 2만원 이하)인 반면에 미국 기가인터넷은 월 80달러(약 11만원)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투자 재원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국가 디지털전환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통신인프라의 진화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인프라 진화를 고민해야 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과방위 여야는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법안 7개를 발의했는데 일부 의원은 구글의 입장을 대변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소수의 국내 통신사업자(ISP)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적 입장을 펼쳤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망 이용 대가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ICT 인프라의 진화·발전이 주요 책무인 과방위와 과기정통부가 공짜 망 이용 대가 요구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옛 정보통신부·과방위였다면 적어도 최소한 구글 사장을 불러들여서 입장이라도 밝히라고 요구했을 것”이라면서 “한국 콘텐츠 제작자를 볼모로 삼는 구글의 행태에 대한 비판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한 것은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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