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발열, 통째로 담그면 됩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대규모 서버와 스토리지를 구동하는데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데다, 각 장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데 또 전기를 쓰기 때문이다.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장비를 액체에 담그는, 이른바 '침지냉각' 기술로 데이터센터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스타트업이 있다. 주인공은 데이터빈.

김수용 데이터빈 대표 “미래 세대는 메타버스 등 데이터를 중심으로 모든 생활을 영위하게 될 텐데, 그 기반이 데이터센터”라면서 “보다 환경친화적인 냉각 기술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존 기술의 비효율을 인지하고 페이스북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재단(오픈 컴퓨팅 프로젝트)의 데이터센터 표준을 연구한 끝에 침지냉각이 차세대 기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전도성 액체 안에 서버를 넣는 방식이 1세대 공랭식, 2세대 콜드 플레이트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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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빈 침지냉각 시스템에 서버를 담은 모습.(데이터빈 제공)

공랭식 데이터센터는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를 분리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층고를 8.5m로 구축한다. 반면에 침지냉각은 층고를 높일 필요가 없다. 높이를 5m로 낮출 수 있다. 김 대표는 “건설비용 30%를 줄이고, 초기 건설비용 36%를 차지하는 공기 냉각 시설 비용도 90%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랭식에서 한계에 봉착한 전력사용효율(PUE)도 개선된다. PUE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총 전력량을 정보기술(IT) 장비가 소비하는 전력량으로 나눈 값이다. 1에 가까울수록 IT 장비 외 불필요한 전력을 사용하지 않아 전력효율이 높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 공랭식은 PUE 1.6에서 더 진보하지 못했다”면서 “반면 침지냉각은 프로토타입에서 이미 PUE 1.1을 달성했고 냉각 전기사용량은 80%,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 줄어든다”고 말했다.

데이터빈은 1년여간 개발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 침지냉각 시스템(스마트박스)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공급하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냉매를 담은 침지 탱크 안에 서버를 장착하고 서버 열을 뺏은 냉매를 밖으로 순환시켜 식힌 후 다시 들여보내는 방식이다.

장비를 액체에 넣어도 이상이 없을까. 물에 넣어도 서버엔 이상이 없을까. 전봇대에 설치된 변압기의 절연유가 스파크가 나더라도 전기 통과를 막아 화재를 예방하듯이 침지냉각에도 비전도성 액체(하이드로카본, 플루오린카본 등)를 냉매로 활용해 안전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데이터빈은 국내 굴지 대기업과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부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도입하는 등 침지냉각이 업계 내 확산하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비전도성 액체로 서버 구성요소 간 화학적 반응을 막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서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을 통해 물질 호환성 테스트를 마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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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데이터빈 대표.(데이터빈 제공)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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