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협동로봇 산업, '퀀텀점프' 하려면

Photo Image
이내형 유니버설 로봇 대표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디지털 혁신, 노동력 인구 감소와 인건비 상승,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기술 발전 등으로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기업이 로봇 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명확한 법률과 안전 기준·표준 부재는 로봇 산업 발전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은 차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는 로봇 분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된 이래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관련 실증 특례 20여건이 진행됐다. 2021년 12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안전펜스(울타리) 설치 없이 협동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충돌 방지 기준을 마련했다. 올해 7월 28일에는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에서 정부가 '경제활력 제고와 역동성 회복을 위한 경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로봇 관련 규제를 풀기로 결정하는 등 규제 개선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규제 완화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단연 협동 로봇이다. 협동 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안전펜스 설치 등 공간 제약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팔이다. 전통 산업용 로봇으로 자동화되지 못한 영역이나 기존 공정에 추가적인 자동화를 가능케 한다. 다만 이러한 장점은 국내 '덩어리 규제'로 말미암아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덩어리 규제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부처 및 법령이 얽힌 복잡한 규제를 뜻한다. 협동 로봇은 전반적으로 산업안전규격과 작업자 안전규정이 잘 정비된 선진국에서 더 많이 활용되고 보편화됐다.

실제로 로봇 자동화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작업장 안전과 건강 지침'을 주요 지침으로 활용해서 안전성과 생산성을 모두 확보, 제조업계 부활을 꾀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로봇 시장 규모는 초기 단계이지만 호주 표준협회 지침 아래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된다.

대한민국 조선소에서는 자동용접 로봇을 활용하려면 1.8m 높이의 안전펜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불명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용 로봇 사용 시에만 울타리 설치를 대신할 수 있도록 충돌 방지 조치를 개선하기로 했고, 이는 조선 분야 협동 로봇에 대한 관심을 증진할 것으로 보인다.

협동 로봇 활용은 더 이상 제조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커피를 만들고 카메라 촬영을 하기도 한다. 음식을 서빙하고 가야금을 연주한다. 새 정부가 국정 세부 과제로 로봇 산업 육성을 통해 '세계 3대 로봇 강국'을 목표로 한다면 로봇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로봇 전문가 육성을 제안한다. 현재 늘어나는 로봇 수요에 비해 로봇 전문가는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로봇 업계는 로봇을 설계하거나 소프트웨어(SW)를 분석한 경험이 있는 인력에 대한 구인난을 겪고 있으며, 인력을 지키고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여러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로봇 분야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는 로봇 분야 인재 육성 교육과정을 올해 하반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유니버설로봇은 자사 공인인증교육센터를 통해 국내 로봇 전문가 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교육센터는 협동 로봇을 직접 만지고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오프라인 수업을 제공, 로봇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도 협동 로봇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핵심 프로그래밍 기술을 교육한다. 로봇 산업이 규제혁신이라는 큰 기회를 만난 만큼 교육을 통해 부족이 예상되는 실무인력 양성을 통한 인적 자원 확충은 업계 성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협동 로봇이 제조업만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협동 로봇은 그 특유의 유연함으로 아주 단순한 작업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산출 규모와 관계없이 용접, 픽앤플레이스, 포장 및 운반, 나사 조임, 접착, 도포 등 반복적이고 수동적이며 사람에게 고단한 공정 어느 곳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협동로봇 수요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수많은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인공지능(AI), 5G, 배터리 등 로봇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 발전으로 광범위해진 로봇 적용 범위로 인해 다양한 산업에서 수요가 증가했다. 주52시간제, 고령화에 따른 인력수급 부족, 중대재해처벌법, 대퇴직의시대 등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되기도 하였다.

협동 로봇에 대한 규제혁신은 협동 로봇 적용 범위를 빠르게 늘릴 것이다. 만일 로봇 업계가 이를 미리 대비한다면 이와 궤를 함께해 로봇 산업의 퀀텀점프를 이룩할 수 있다. 지속적 교육과 로봇 전문가 양성이 협동 로봇 산업 퀀텀점프를 가져다주는 핵심 동력원이 되길 희망한다.

이내형 유니버설로봇 대표 grle@universal-robot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