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바이오' 겨울이 왔다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상징적 대사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성기를 맞은 K-바이오 산업계에도 겨울이 오고 있다. KRX헬스케어 지수는 전일 종가 기준 2626.26으로 연초와 비교해 약 30%가 빠졌다. 코스피와 코스닥 89개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이 지수는 바이오 주가 흐름을 대표한다. 코로나19 특수 정점에 있던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주가는 신저가 행진을 하고 있다.

한때 투자금이 몰리던 바이오벤처의 자금난도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바이오·의료 업종 투자자금은 67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상반기 벤처캐피털(VC)의 바이오·의료 업종 신규 투자 비중은 16.9%로 최근 4년 새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많은 바이오벤처가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택하는 기업공개(IPO) 시장도 녹록지 않다. 기술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경영진의 횡령·배임이나 공시 논란, 임상 실패, 기술수출 반환, 개발 중단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 신뢰도도 크게 하락했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 거래소의 평가 기준도 까다로워지면서 공모 일정을 늦추거나 몸값을 낮추는 경우도 허다하다. 밸류에이션 문제로 투자사나 상장 주관사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올해 클래시스, 메디포스트, 랩지노믹스 등 3개 바이오 기업이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투자 위축 속에서 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제넥신, 카이노스메드, 오스코텍, 아이큐어 등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국내 바이오벤처는 대부분 신약 연구개발(R&D)이 중심이어서 적자가 많다. R&D 인력 확보와 임상 진행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자금줄이 막히면 연구개발 인력을 줄이고 임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운영자금이 떨어지면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업체도 나온다. 올해 말과 내년 초가 되면 바이오벤처 폐업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과정에서 K-바이오 옥석 가리기도 시작될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오 업종은 꿈을 먹고 큰다. 미래 성장 잠재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임상 결과나 기술수출 가능성과 같은 장밋빛 전망에 투자자금이 몰린다. 10년 이상의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과정을 버틸 힘이다. 하지만 더 이상 투자자는 장밋빛 전망에만 현혹되지 않는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녹이고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할 때다. 기술수출로 성과를 확인하거나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결과 같은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책임감 있는 경영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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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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