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경 칼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배터리 산업에 대처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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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경 이엔플러스 부사장

강태경 이엔플러스 신소재사업본부 부사장

‘원통형 배터리’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한동안 ‘지는 해’ 수준이었던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가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하면서 다시 떠올랐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대세는 단연 원통형이다.

배터리는 외형을 기준으로 크게 원통형, 파우치형(폴리머), 각형 등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가장 오래된 기술인 원통형은 AAA, AA 등의 크기로 분류되는 건전지를 떠올리면 된다. 오랜 시간 널리 쓰인 만큼 규격이 표준화돼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파우치형은 부드러운 필름으로 포장돼 있고 내부 공간이 꽉 차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간효율이 좋아 에너지밀도가 높다 다양한 배터리 디자인이 가능하다. 각형은 얇고 납작한 직육면체 모양으로 배터리 교체가 가능했던 휴대폰의 배터리가 바로 전형적인 각형이다. 외부 충격에 강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기술인 원통형은 원래 노트북을 비롯한 다양한 IT 기기에서 활용됐다. 하지만, 아이패드용 배터리를 파우치형으로 바꾼 애플이 IT업계 트렌드를 이끌면서 원통형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원통형 특성상 용량이 작은 데다 무거워 이동성이 떨어지고, 디자인 자유도까지 떨어지다보니 파우치형에 점차 밀려난 것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 점유율은 2018년 29%, 2020년 23%, 2022년 1분기 15.6%로 계속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원통형을 선택하기 전까지는 원통형은 이대로 망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트렌드는 돌고 돌아 다시 원통형의 시대가 열렸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BMW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다. 최근 들어선 각형에 대한 니즈도 생겨나는 추세다.

이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배터리 산업 트렌드에 국내 배터리 3사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A사의 주력이 각형과 원통형이라면 B사는 원통형과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한다. C사는 파우치형만 생산하는데, 시장 흐름에 따라 각사별 사업 실적이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대세로 떠오른 원형이나 각형을 생산하고 싶어도 해당 분야는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란 점이다. 금형대로 깎아야 하는데 관련 부품을 수급하기 어려운 데다 무엇보다도 엔지니어 인력도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이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배터리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K-배터리 전략을 세워 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지역별 테크노파크를 활용해 미리 쓸만한 인재를 키워 배터리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배터리 관련 테크노파크는 울산, 충남, 전북에 위치해 있다. 다만 여기도 특정 분야 쏠림 현상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울산과 충남의 테크노파크는 모두 파우치형 장비만 있는데 전북은 파우치와 함께 원통형도 가능하다. 각 테크노파크별로 차별화를 한다거나 두루두루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배터리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때다.

필자소개 : 강태경 부사장은 그래핀 등 소재R&D 분야의 전문가로, 도전재 솔루션과 방열 소재를 만드는 이엔플러스 신소재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재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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