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팝 등 세계 명곡들이 K-팝 품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음악을 살펴보면, 명곡 샘플링을 더한 K팝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블랙핑크는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한 신곡 Shut Down(셧다운)을 포함한 정규 2집 'BORN PINK'로 빌보드200·글로벌(글로벌200, 미국 제외) 등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클래식 선율을 날카롭게 가다듬어 힙합 비트와 접목한 점은 시크와 화려함을 아우르는 블랙핑크만의 음악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모습이다.
레드벨벳은 지난 3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Feel My Rhythm(필마이리듬)으로 선주문 50만장, 아이튠즈 41개국 1위 등의 성과를 올렸다.
오케스트레이션과 현대 악기 변주 조합의 묘한 선율은 곡의 화려한 멋과 함께 레드벨벳의 매력적인 춤선을 자연스럽게 연상케 한다.
방탄소년단(BTS) 지민은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무곡을 샘플링했다. 2016년 그룹 정규 2집 수록곡 'Lie'로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 골드인증, 스포티파이 1억8600만 스트리밍 등을 기록했다. 샘플링을 더한 곡 자체의 박진감과 비장미는 물론, 대중음악을 넘어선 '현대무용' 이미지를 선사하는 지민의 극적인 안무 표현력으로 거듭 주목받고 있다.
아이브는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를 샘플링한 'After LIKE'(애프터 라이크)로 앨범의 밀리언셀링(111만177장)과 함께 써클차트(옛 가온차트) 디지털·스트리밍 정상을 석권했다.
빌보드 핫100 대기록 팝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컬러와 함께, 그룹의 자신감과 '자기애' 메시지를 담은 가사가 주는 긍정적 매력이 국내외 Z세대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밖에 방탄소년단 슈가가 예명 '어거스트 디(August D)'로 발표한 '대취타'(국악 원곡) , 보아 데뷔 20주년 타이틀곡 'Butter'(영국 AWA 샘플링), AB6IX 컬래버곡 'Fallin'(카니예 웨스트 샘플링) 등은 원곡 감성 확장과 함께 색다른 음악 매력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K-팝은 H.O.T의 빛(1998년), 신화의 T.O.P(1999년) 등 1세대 아이돌들의 흔적과 마찬가지로 클래식과 팝 등 글로벌 명곡들을 샘플링하는 시도를 거듭하면서, 특유의 포용 가치를 드러냄과 동시에 글로벌 주류문화로서의 발돋움하고 있다.
프로듀서 미친감성은 최근 SBS '김영철의 파워FM' 출연을 통해 “요즘 K팝은 전 세계 대중들을 표적으로 하며 친숙함과 새로움의 공존을 고민한다. 새로움은 뮤직비디오에서 시각적으로 많이 보여주고 있으므로, 샘플링을 사용해서 친숙함을 주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