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로 팔고 경유차 계속 운행
'1000만원대 차익' 악용사례 빈번
'폐차조건 부재' 주요 원인 꼽혀
LPG 중장거리 차량 '대안' 떠올라
전기화물차 보조금에 '구멍'이 뚫렸다. 원가 4200만원의 차량을 보조금을 받아 2100만원에 구매해서 중고차 시장에 3100만원에 팔고 기존 경유 화물차를 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유차 폐차 조건을 의무화하고 전기화물차 성능과 인프라가 안정될 때까지 액화석유가스(LPG) 등 중장거리용 화물차로 대체,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물업계에 따르면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경북, 대전 등 전국 각지의 중고차 거래시장에서 1톤 전기화물차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상 판매가 약 4200만원의 1톤 전기화물차가 현재(9월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에 2610만~3150만원 매물로 올라오고 있다. 연식 2021년 7월, 주행거리 1815㎞ 차량은 3150만원에 등장했다. 연식이 불과 2개월밖에 되지 않고 주행거리가 13㎞에 불과한, 사실상 신차는 2990만원으로 중고시장에 올라왔다. 보조금을 받아 2100만원에 구매하고 3100만원에 팔아서 1000만원을 버는 '보조금 재테크'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폐차 조건 부재'를 경유차 대체 효과가 미미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기존 보유 차량의 폐차 여부와 상관없이 신차 구매 시 보조금을 일괄 지급하다 보니 폐차비율이 매우 낮고, 결과적으로 경유 소형화물차 감축 효과도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검토보고서에도 “전기화물차 보급은 대폭 증가하지만 이전 보유차량 폐차비율이 적고, 대기오염물질 감축효과가 낮아 폐차를 전제로 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1톤 전기화물차가 1회 충전 시 211㎞로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이 불편해 근거리용으로만 적합하며, 중장거리용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화물적재·냉난방 시 주행거리가 대폭 감소하고, 서울∼부산 왕복 시 최소 4∼5회 충전(급속충전 4∼5시간)이 필요한 것도 단점이다.
'전기화물차 구매 보조금 사업'은 2019년에 시작됐다. 지원물량은 2020년 1만6090대에서 지난해 2만5000대로 늘고, 올해는 4만1000대로 급증했다. 올해 전기화물차 지원단가는 국비 1400만원에 약 700만원 되는 지방비까지 전국 평균 2100만원에 이른다. 전기화물차는 차량가격 대비 보조금 비율이 55.8% 수준으로, 전기승용차 21.8%를 크게 상회한다. 전기화물차 구입 시 기존 보유차 폐차율은 지난해 2.7%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도 지원 물량을 늘려 5만5000대를 보급하고, 국비 또한 대당 14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경유차 폐차 조건을 의무화하고 보조금 단가를 축소하는 한편 중장거리에 적합한 저공해 LPG 화물차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경유차를 대체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폐차 조건을 의무화하든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보조금을 50%만 지급해야 한다”면서 “전기화물차를 주로 이용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운행에 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소비자 선택권 확대, 중장거리용 대안 차원에서 전기화물차 성능·인프라가 안정화될 때까지라도 저공해 LPG 화물차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